마지막 공연 당시의 주앙 질베르토(2008)

그의 사망 소식은 아들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전했다. 자택에서 조용히 사망했다는 사실만 전해졌을 뿐, 언제 어떻게 임종을 맞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앨범을 낸 것은 1989년, 그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서 공연한 때가 2008년으로, 지난 10여 년간 대중에게서 모습을 감춘 채 은둔했다. 하지만 간간이 리오 데 자네이로의 아파트에서 홀로 살면서 정신질환이나 건강 악화, 그리고 갈수록 재산이 바닥나면서 힘든 여생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사노바의 출발을 알린 앨범 <Chega de Saudade>(1958)의 타이틀곡

1950년대 말부터 미국의 재즈에 영향을 받은 브라질의 젊은 뮤지션들이 모여서 ‘새로운 경향’이라는 의미의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이 탄생하였고, 이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은 미국 재즈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와 함께 콜라보 음반을 만들어 전 세계로 보사노바 유행을 일으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젊은 뮤지션들이 1994년 67세의 나이에 타계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2001년 79세의 나이로 타계한 루이즈 본파와 함께 3인방을 형성한 마지막 레전드 주앙 질베르토(Joao Gilbert)였다.

보사노바의 세계적인 유행을 이끈 ‘Girl from Ipanema’(1963). 주앙 질베르토와 당시 그의 아내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함께 노래했다

주앙 질베르토는 콜라보 음반 <Getz/Gilberto>(1964)로 정상에 올라섰으나 그해 고국 브라질에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한동안 미국과 멕시코에서 외유 생활을 해야 했다. 극히 예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도 발목을 잡았다. 그는 항상 어쿠스틱 악기를 고집했으며, 청중의 잡음을 참지 못하여 공연 도중에 무대를 뛰쳐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스튜디오 녹음 때는 “o” 발음이 바르지 않다며 무려 28번을 되풀이한 적도 있었다. EMI와는 리마스터링 CD의 음질 문제로 소송을 제기해 무려 10여 년을 끌었고, 이는 음악 외적인 일에 매달리게 했다.

‘Desafinado’ 실황(1997, 사웅 파울로)

그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건강도 갈수록 악화했다. 나이 40년 차이의 셋째 부인과 두 아들 간에는 그의 저작권을 놓고 소송이 벌어졌고, 10여 년 전에는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어 로열티 수입의 60%를 매각했다. 그가 마지막 여생을 홀로 보낸 아파트 역시 지인이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의 국민 가수였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브라질의 한 신문은 “The final flicker of the old flame”(오랜 화염의 마지막 깜박임)이라고 헤드라인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Where Are You, Joao Gilberto>(2018) 예고편. 독일 작가가 은둔한 레전드 주앙 질베르토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