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새삼스럽게 놀라는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이렇게 외면받는 곳에서, ‘멋진’ 작품들을 마주하게 될 때. 갈라지고 메마른 땅에 끈질기게 물을 주어 기어이 피워낸 꽃을 볼 때처럼 얼굴에 드리워지는 미소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임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국 인디게임 시장은 침체기를 뛰어넘지 못했다. 물론 그 침체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게임 시장의 자본은 거대하지만, 그 자본은 자본가들의 쳇바퀴 속에서 돌고 돌 뿐, 그 너머에서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겐 작은 콩고물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개발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오로지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인디 게임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직 인디게임 시장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관심’이란 적선을 베푸는 식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도 수많은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때로 그것은 우리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관심은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 유저를 놀라게 만드는 한국 인디게임들을 소개한다.

1. 호텔 소울즈

게임의 주인공은 어느 날, 소울즈 지방에서 신비한 ‘돌’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는 거금을 주고 그 돌을 구매하고, 호텔 소울즈에서 잠시 쉬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돌’은 사라지고 만다. 호텔 소울즈는 누가 이 돌을 가져갔는지, 호텔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는 게임이다. 호러 게임이 아닌 ‘어드벤티지’ 게임으로, 유저들은 호텔 안에 있는 손님들과 종업원들을 만나며 퍼즐을 맞춰나가게 된다.

‘호텔 소울즈’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에 재학 중인 학생 2명이 만든 인디게임이다. 깜찍한 캐릭터와 정교하게 구성된 사운드 디자인은 훌륭한 스토리와 묶여 명작 게임으로 입소문이 나게 되었다. 여성 개발자 두 명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출시 때부터 근거 없는 비판이 쇄도하였지만, 막상 게임이 만들어지고 난 후, 그 완성도에 놀라는 유저들이 매우 많았다. 왠지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BGM이 또 다른 일품이다.

 

2. Chicken in the darkness

고등학교 기숙사에 있는 남학생들이 한 방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들은 가위바위보를 시작한다. 내기는 선생님들 몰래 복도로 나가서 치킨을 받아오는 것. 역시 ‘나’가 걸렸다. 진짜 나가야 하는 건가? 눈치를 보지만 친구들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기숙사의 문이 열리고, ‘나’는 치킨을 받기 위해 밖으로 향한다.

이 게임은 놀랍게도 호러 게임으로 분류된다. ‘어둠 속의 치킨’이라는 게임명처럼, 이 게임의 미션은 간단하다. ‘나’는 도사리고 있는 모든 난관을 뚫고 기숙사동을 나가 치킨을 받아와야 한다. 그런 ‘나’에게 등장하는 것은 “야!!”하면서 달려오는 괴물 (아마 선생님인 듯하다)이다. 그래픽도 조악해보일 수 있을정도로 매우 간단하고, 스토리도 간단하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쫄려오는 심장에 허덕거리게 된다.

이 게임은 한국 고등학생 3명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의 놀라움을 샀다. 실제 경험담을 통해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개발자들. 당시 그들의 쫄깃했던 경험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치가 더해져 특별한 게임이 완성되었다. 스릴감 넘치게 야식을 받아와 야간 자습을 진행했던 옛 시절(?)의 향수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3. 리틀 데빌 인사이드

아직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꼭 소개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 2018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였던 ‘리틀 데빌 인사이드’. 한국인 형제 두 명이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상을 하는 데만 약 2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2019년 상반기에 발표 예정이었으나, 아직 개발이 더욱 필요하여 발표 시기를 미뤘다고 한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출시도안 된 이 게임에 주목하며 ‘침체기인 한국 게임시장의 한 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마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스토리 중심이 아닌 이벤트 중심의 게임이라고 하기에, 아직 제대로 된 스토리 라인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영상만 보더라도 가슴이 뛰는 것은 역시 어쩔 수 없다.

 

본 소개를 통해, 한국 인디게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물결이 유입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세상은 넓고, 멋진 게임은 이리도 많다.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