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장비의 발전 덕에 수많은 시간을 압축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영상 분야에 또 하나의 예술 장르와 기법으로 자리 잡은 타임랩스는 우리가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시간의 결과 흐름을 인지하게 해준다. 여기에 같은 기법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영상들을 소개한다, 여행기와 다큐멘터리, 그래픽 아트 사이를 오가는 영상들은 한번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1. Lytchee <Wonders of China> (2018)

여행자의 시선은 언제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이 예술로 소화될 때 문화는 더욱 특별해지고, 때로는 그 문화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눈을 통해 고유함이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아래는 타임랩스가 적용된 중국의 여행 영상이다. 베이징부터 청두, 상하이, 리장, 평요, 양숴까지 여러 지역의 다양한 모습이 2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담겨있다.

이 영상을 제작한 Lytchee는 스위스 로잔에서 온라인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며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팀이다. 디자이너이자 영상 제작자인 실뱅 보테(SYLVAIN BOTTER)와 관광 산업 전문가로 레저 마케팅 매니저 역할의 제니 게릭(JENNY GEHRIG)이 함께하여 아름다운 영상과 나라별 여행기까지 내실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Wonders of China>를 소개하며 중국의 인상적인 자연경관과 문화적 풍요로움에 놀라움을 표했고, 촬영하는 동안 환영해준 중국인들과 영상 제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음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연인이자 동업자인 두사람은 세계를 여행하며 타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능한 여건 속에서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시도하며 이방인의 환상이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현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여행자의 미덕임을 몸소 보여주는 Lytchee팀의 다른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을 확인하길 바란다.

Lytchee 홈페이지
Lytchee 유튜브

 

2. Timelapse Mexico <Intervalos - Paseo de la Reforma> (2017)

멕시코 시티에서 가장 상징적인 거리라는 'Paseo de la Reforma'를 테마로 촬영한 이 영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기를 띄는 멕시코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35초부터 탑뷰(Top View)로 펼쳐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장난감 마을처럼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흘러가고, 연이어 다양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여주는 타임랩스의 매력이 충분히 녹아 있는 영상이다.

본 영상을 제작한 Timelapse Mexico사는 광고, 기업 비디오, 다큐멘터리, 영화, TV 프로그램을 위한 타임랩스 영상과 회사의 작업 모니터링을 함께 수행하는 시청각 자료수집 전문 회사이다. 멕시코에 기반을 두고 있어 주로 멕시코 지역들을 촬영하지만, 스페인과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곳곳의 건설과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그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Timelapse Mexico 비메오

 

3. Timelapse Mexico <Intervalos – Tianguis> (2019)

모두가 곤히 잠든 시간, 하루를 캄캄한 밤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오일장처럼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시장을 뜻하는 'Tianguis'가 부제인 만큼, 아무것도 없던 맨바닥에 철 기둥을 세우고 천막을 쳐서 시장을 만드는 상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과일, 육류, 신발 등 저마다 판매할 물건을 담은 상자를 분주하게 나르는 움직임은 날이 밝아서도 계속된다.

3분 50초에는 시장의 천막이 접혔다 펴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정해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의 삶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멀어지며 이내 긴 골목을 가득 채우는 천막들은 그 삶이 얼마나 사사로우면서도 우리에게 밀접해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생을 일구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이 영상은 위와 마찬가지로 Timelapse Mexico 사에서 제작하였다.

 

4. Gus Aronson <Valence> (2016)

거스 아론슨(Gus Aronson)은 뉴욕 바드대학에서 영화 및 사진학을 전공하고 있다. 다수의 작품이 각종 영화제에 공식 선정되었고, 'Valence' 또한 세미-피날리스트 할리우드 영화제, 밀 밸리 영화제 등 여러 곳에서 공식 선정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겨울이 한창인 뉴욕의 거리를 담아낸 작품 ‘Valence’에 대하여 감독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서로의 궤도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묘사라고 소개한다. 그의 설명을 참고하여 도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공존하는 삶들이 보인다. 규칙과 관용, 배려와 존중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균형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거스 아론슨 감독의 비메오 채널에서 다른 작품들도 확인하길 바란다.

Gus Aronson 비메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