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대서사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들은 에피소드 시작과 함께 첫 2분을 책임진 독특한 오프닝 시퀀스를 기억할 것이다. 시즌 1에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킹스란딩, 윈터펠, 얼음 장벽을 차례로 보여주며 앞으로 전개될 대서사를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예고했다. 이 타이틀 시퀀스는 2011년 에미상 최우수 메인 타이틀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하였고, 역대 최고의 드라마 오프닝 시퀀스로 자주 인용된다. 오프닝 시퀀스를 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 Elastic은 설립한 지 20여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로, HBO 프리미엄 드라마의 오프닝 시퀀스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오프닝 시퀀스. 매 시즌 이야기에 따라 다른 시퀀스를 선보였다

Elastic이 처음 HBO의 일을 맡은 것은 2003년 드라마 <Carnivàle> 부터다. 프리미엄 채널 특성상 뭔가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고,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SF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Carnivàle> 역시 오프닝 시퀀스부터 뭔가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Elastic은 타로 카드의 기괴한 이미지와 대공황 시기의 흑백 영상을 결합하여 독특한 오프닝 시퀀스를 제작했다. 첫 프로젝트부터 HBO와 Elastic 간의 크리에이티브 시너지를 연출하며 이듬 해 에미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 후 HBO의 프리미엄 드라마에 Elastic의 오프닝 시퀀스는 빠질 수 없는 감상 포인트가 되었다.

앵거스 영에게 첫 에미상을 안긴 <Carnivàle> 오프닝 시퀀스

Elastic은 영화 편집자로 명성이 높은 앵거스 월(Angus Wall)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그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공동 설립한 제작사 프로파간다 필름에서 영화 <세븐>의 편집을 맡으며 그와 인연을 맺어, <파이트 클럽>(1999), <패닉룸>(200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소셜 네트웍>(2010), 가장 최근에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까지 함께 일했다. 1992년에는 자기 일을 찾아 영화편집 회사 Rock Paper Scissors를 설립했고, 그 후 광고 영상 제작을 위해 A52, 오프닝 시퀀스와 같은 작은 규모의 디지털 영상 제작을 위해 Elastic을 신설했다.

영화 <세븐>(1995)의 오프닝 시퀀스

앵거스 월이 HBO와 연결된 데에는 영화 <세븐>의 오프닝 시퀀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HBO는 영화 <세븐>의 타이틀 시퀀스를 보고 담당자였던 앵거스 월을 찾아 드라마 <Carnivàle>의 아이디어를 제안해보라고 했고, 그는 대형 화면의 영화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작은 TV 화면에 그의 아이디어를 적용하였다. <Carnivàle>은 그에게 TV 부문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을 안겼다. 그 후에도 HBO의 <로마>, <빅 러브>의 오프닝 시퀀스를 제작하며 에미상 후보로 올랐고, 이어 <트루 디텍티브>, <웨스트 월드>와 같은 프리미엄 드라마로 협력은 계속되었다.

<트루 디텍티브 >(2014) 오프닝 시퀀스
BBC & AMC의 <The Night Manager>(2016)
<웨스트 월드>(2016)의 오프닝 시퀀스

최근에는 HBO의 SF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오프닝 시퀀스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호스트’로 가공된 놀이공원이 구축되는 과정을 정교한 그래픽으로 표현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BBC, AMC, 마블 등 고객도 다변화되었다. Elastic은 스스로 디자인 회사라 부르지 않고 영화 제작사라 부르며, 기술보다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에게도 디자이너보다는 영화 제작자의 관점을 가지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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