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히는 사람의 웃는 표정을 유도하는 단어들이 지역마다 있다. ‘치즈’나 ‘위스키’처럼. 우리나라에도 가장 많이 쓰는 단어로 ‘김치’가 있다. 하지만 그 사진이 만일 영정사진 용도로 찍는 사진이라면, 그리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사진이라면, 이는 반대로 인생의 공허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제작된 두 편의 단편영화 <김치>을 소개한다.

Jackson Kiyoshi Segars 감독의 <Kimchi>(2018)

일본계 미국인 잭슨 키요시 시거스 감독의 두 번째 단편영화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시거스 감독은 한국계 부인을 따라 한국에 방문했다가, 유일하게 일본어가 통했던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고, 할아버지가 후일 영정에 쓸 사진을 방에 걸어 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하지만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SWSX’와 ‘팜 스프링스 영화제’에 초청되어 가족, 언어, 삶을 진솔하게 묘사한 영화로 호평을 받았고, 올해 초 Vimeo에 올라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경래 감독의 <김치>(2011)

같은 제목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김치>는 2분이 채 안 되는 초단편 영화로 ‘29초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화제작이었다. 검정 테이프를 붙인 거울 앞에서 홀로 살아가는 김노인이 일회용 카메라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는 내용인데, 단 한 마디의 대사가 ‘김치’ 였다. 짧은 영화지만 많은 관객이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고 울컥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시거스 감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