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9년 나온 명반들. 존 콜트레인의 <Giant Steps>(맨 오른쪽 위), 빌 에반스 트리오의 <Portrait in Jazz>(맨 오른쪽 아래)까지 포함한 총 6장을 명반으로 꼽지만, 가장 많이 언급하는 앨범은 아래 설명한 4장이다

1959년은 재즈 역사에 있어서 특별한 해이다. 스윙 시대의 스타 빌리 홀리데이와 레스터 영이 사망한 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비밥 일색이던 재즈 신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혁신적인 앨범들이 출반된 해이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이 이 해를 “재즈 역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후대의 음악에 특히 많은 영향을 끼친 4장의 앨범이 있다. 어떤 이는 6장 혹은 5장을 꼽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앨범은 이 4장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Kind of Blue>

1959년 뉴욕 맨해튼 30번가의 콜럼비아 스튜디오에서 3월과 4월 두 번의 세션으로 녹음한 다섯 곡을 수록한 음반이며,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기록을 갖고 있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 빌 에반스(Bill Evans) 같은 신예로 구성된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6인조 섹스텟(Sextet)이 참여하였다. 녹음 당일 기본적인 멜로디와 최소한의 코드만 정하고 리허설 없이 녹음에 들어가, 각자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밥의 복잡한 코드(Chord)에서 벗어나 모드(Mode)를 중심으로 즉흥 연주를 진행하여 모덜 재즈(Modal Jazz)의 기원으로 불린다. 앨범의 첫 곡인 ‘So What’을 들어보자. ‘레’를 기본음으로 마일스 데이비스(트럼펫), 존 콜트레인(테너), 캐논볼 애덜리(알토)가 차례로 솔로에 나선다.

Miles Davis의 'So What'

 

데이브 브루벡 쿼텟 <Time Out>

<Kind of Blue>를 녹음한 스튜디오에서 3개월 후 웨스트 코스트 재즈(West Coast Jazz)를 대표하는 밴드가 다시 역사적인 녹음을 한다. 기존 박자(Time signature)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Time Out>이라 앨범 명을 정하고, 재즈의 기본 박자인 4분의 4박자에서 벗어난 일곱 곡을 녹음하였다. 그중 ‘Take Five’는 4분의 5박자로 구성되어, 당시 캠퍼스에서 유행하던 ‘5-Step’ 댄스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싱글로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곡이다. 그 밖에도 터키의 8분의 9박자를 채용한 ‘Blue Rondo a la Turk’, 왈츠의 4분의 3박자를 채용한 ‘Kathy’s Waltz’, 4분의 6박자의 ‘Everybody’s Jumpin’’ 같은 변형된 박자의 곡들을 수록했다.

The Dave Brubeck Quartet의 'Take Five'

 

찰스 밍거스 <Mingus Ah Um>

재즈에서 베이스 연주자는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에 가깝고, 리드 섹션이 아닌 리듬 섹션을 주로 담당한다.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는 베이스 연주자였음에도 작곡 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1940년대 이후의 경제 위기와 바로 이어진 2차 세계대전으로 쇠퇴했던 빅밴드 스타일을 다시 살려냈다. 그의 앙상블은 10인 미만의 소규모 편성이지만, 1940년대의 댄스 반주에서 벗어난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소울 빅밴드(Soul Big Band)라고 불렸다. 오늘날의 재즈 오케스트라의 기원이 된 셈이다. 7인조 앙상블이 참여한 앨범 <Mingus Ah Um>은 다양한 스타일의 12곡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가스펠 스타일의 ‘Better Git It in Your Soul’을 들어보자. 중간마다 밍거스의 “Oh yes, I know.”, “Hallelujah(할렐루야).” 같은 흥을 돋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Charles Mingus 'Better Git It in Your Soul'

 

오넷 콜맨 <The Shape of Jazz to Come>

지금도 프리 재즈(Free Jazz) 또는 아방가르드 재즈(Avant Garde Jazz)는 호불호의 대상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도가 더 심했다. 사전에 결정된 하모니를 따르지 않는 오넷 콜맨(Ornette Coleman)의 색소폰 연주 방식은 쉽게 인정받지 못했고, 연주할 곳을 찾지 못해 엘리베이터 기사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다가 평생 동지인 트럼페터 돈 체리(Don Cherry)를 만나면서 그의 도움으로 기회를 잡기 시작한다. 코드 방식의 악기인 피아노, 기타를 제외하고 색소폰, 트럼펫, 베이스, 드럼의 4인조 편성으로 프리 재즈의 기원이라 불리는 이 음반을 녹음한 것. 코드 구조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였고, 유럽에서 건너온 악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몇 마디의 기본 테마로 시작하여 가끔 그 테마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 중간은 완전히 연주자의 즉흥 연주로 구성되는 방식이다.

Ornette Coleman 'Eventually'

<BBC>에서 이 4장의 명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959년 당시의 배경 화면과 앨범 녹음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쉽게도 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BBC 다큐 <1959, the Year that Changed Ja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