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는 행위를 통해 공허함을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집안 곳곳은 쓸데없는 물건들로 가득해지기 일쑤다. 옷장 한쪽 켜켜이 쌓여가는 옷가지들, 서랍 깊숙이 존재하지만 꺼내 보지 않는 추억들, 갖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잡동사니들. 우리는 대부분 맥시멀리즘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적게 소유하는 삶의 미학’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현대인에게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단순함과 간결함, 어깨가 무거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단어는 없다. 짐을 덜어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니멀 라이프 추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혹자는 미니멀리즘이 무작정 비우는 것 아니냐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심오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처럼 ‘설렘을 주나요?(Does it spark joy?)’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물건을 만졌을 때 혹은 생각했을 때 설레지 않는다면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처음부터 쉽지 않은 미션이다. 프로그램의 주인공,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이하 곤마리)는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미니멀리즘의 첫 단추인 ‘정리’를 실천하는 법에 관해 설명한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집을 방문해 그들의 문제를 들여 본다. 집을 정리하는 일 때문에 마찰이 잦은 부부, 쾌적한 노후를 보내고 싶지만 물건에 치여 힘든 노부부, 남편과 사별한 후 추억을 정리해야만 하는 의뢰인 등. 이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원인은 대부분 집을 가득 채운 ‘너무 많은 물건‘ 때문이다.

곤마리의 처방전은 현실적이고, 때로는 아프게 다가온다.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손때 묻은 물건을 버린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의뢰인들은 물건에 설렘을 느끼는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어했지만, 곤마리의 조언대로 정리하면서 설렘을 주는 물건을 발견한다. 또한 공간을 비우면 비울수록 연관성 없는 것처럼 느껴지던 개인적인 문제까지 해결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어떤 문제는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할지도 모른다. 우리도 쉴 수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건지, 그저 물건을 안고 살아가는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다면, 먼저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시청하길 추천한다.

만일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면, 우리 주변의 공간을 비워야 할 이유부터 고민해보자. 복잡한 공간을 정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나와 지구를 위해?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이 되어줄 유튜버 2인을 선정해보았다.

 

Matt D’Avella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다소 과장되게 상상하곤 한다. 칫솔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도 없으며, 옷도 한 벌만 있을 거라는 둥. 심지어 가구도 두지 않는 인테리어를 두고 미니멀리스트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낭설 때문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다가도 덜컥 겁을 집어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집안에 모든 물건을 버려야 하는 건가? ‘삶의 불필요한 요소를 빼는 것’이란 뭘까? 이에 명쾌한 해답을 선사할 미니멀리스트 유튜버 ‘Matt D’Avella’의 영상을 주목해보자. 그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타파하고자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의 일상은 무겁지 않고 담백하다. 불필요한 물건이 쌓이다 보면 쉽게 시간이 빼앗겨버린다. 그가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 철학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지우고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옷이 한 벌만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깔끔하게 정리된 서랍장 안에는 차콜 컬러의 티셔츠와 블랙 데님이 가득하다. 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 벌 사는 것으로 아침마다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영상에서 차콜 컬러 티셔츠와 블랙 데님을 입고 있다. 식사 역시 매우 심플한 편이라고 한다. 한 끼 분량의 두세 배를 만든 후 나머지는 냉장고에 저장해 원하는 시간에 꺼내 먹는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부엌 찬장에는 여분의 컵과 그릇도 존재한다. 결코 시도해볼 수 없을 정도의 라이프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가지치기를 한 듯 잡념이 사라지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SL단순한일상

국내에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유튜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버 ‘SL단순한일상’은 자신이 실천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소개한다. 그의 채널은 단순함의 미학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장 많은 호응을 끌어낸 홈 투어 영상을 살펴보면, 그가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지 생활 반경을 엿볼 수 있다. 협소한 테이블과 1인용 소파, 포근해 보이는 하얀색 침대가 전부인 집. 물건을 적게 소유하되,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안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것은 비워내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그의 미니멀 라이프 철학은 앞서 소개한 매트와 닮은 부분이 많다. 적게 소유하는 일이 지구를 위한 길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는 지구의 날을 맞이해 ‘작은 행동 큰 변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실 미니멀 라이프는 지구에도 좋은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건이 대부분 재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화학 제품을 사용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도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전거와 책을 대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주 걷는다. 일회용품보다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을 선택하며 화학 제품보다 친환경 제품을 선택한다. ‘지속 가능한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선택’이라는 영상에서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지구와 내 행복 또한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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