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문화를 좋아한다. 연남동과 망원동을 위시한 서울 일대를 돌아다니며 맛집 탐방을 즐긴다. 보통의 청춘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시(詩)’라는 언어 앞에서는 누구보다 투명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사람, 시인 황인찬이다.

너는 안다.
뜨거운 백사장에 어지럽게 흩어진 발자국들이
어떤 식으로 지난 밤의 기쁨과 슬픔을 그려내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다시 아침의 빛과 어울리게 되는지
너의 아침은 이제 슬픔을 모르고
너의 아침은 이제 사랑하는 것만을 사랑하는 것
- 「너의 아침」 일부

시인 황인찬, 그를 소개하는 문구는 많다.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작가’, ‘여러 잡지에서도 자주 이름을 마주하는 시인’, ‘미니멀리스트’, ‘엑스오(EXO)의 열성 팬’ 등. 문구야 만들자면 수도 없겠지만 그런 말들은 다 제쳐 놓자. 분명한 건 그가 ‘젊고 유망한 시인’이라는 것이다.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2012)는 제31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는 드물게 7천 부 이상이 팔렸다.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2015)는 2주 만에 3쇄를 찍어 화제에 올랐다. "그는 무례함이라고는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이 세계를 지긋이 바라본다.” 박상수 시인이 표현한 황인찬이다.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한국 시단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시인 황인찬에게 인디포스트가 물었다.

 

Q. 시인의 글쓰기 방식이 특이하다. 보통 새벽 시간에 24시간 커피전문점으로 가서 시를 쓰고, 첫차를 타고 집에 온다고 들었다. 해가 뜨기 전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늦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돌아오는 길에 즐겨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1. Antony and the Johnsons 'Hope There's Someone'

Antony and the Johnsons 'Hope There's Someone'

안토니 앤 더 존슨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 가운데 하나다. 까닭 모를 우울함에 시달리곤 하던 20대 초반의 내게 깊은 위안을 주었던 것이 바로 안토니 헤거티의 목소리였다. Mtf(male-to female) 트랜스젠더인 그는 항상 사랑에 대해, 더 나은 세계에 대해 노래해왔다. 나를 대신하여 울어주는 것만 같았던 그 목소리를 언제나 마음 깊이 사랑했다.

 

2. YAPOOS '大天使のように'

1980년대에 등장한 토가와 쥰이라는 뮤지션이 있다. 시이나 링고 등에게 큰 영향을 끼친, 정말 미친 뮤지션이랄까. 새벽은 원래 조금 미쳐 있는 시간이고, 그런 미쳐 있는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미친 음악과 목소리가 바로 토가와 쥰의 목소리다. 이 곡은 그가 솔로로 데뷔하기 전, 야푸스라는 밴드와 활동하던 시절의 음악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어딘가 서글프고, 조금 미쳐 있는.

 

3. 松田聖子 'SWEET MEMORIES'

공부 차원에서 쇼와 아이돌을 찾아보곤 하는데, 역시 그중 으뜸은 마츠다 세이코일 것이다. ‘그리운 아픔이구나, 전에는 줄곧 잊고 있었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끝나버린 사랑의 노래는 달콤하고도 씁쓸한 옛 사랑을, 처연하고 앳된 목소리로 잘 표현한다. 애달픈, 사랑스러운, 아득한, 아름다운…… 따위의 수사를 무한정 붙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참아이돌의 능력이 백배 발휘된 곡이랄 수 있겠다.

 

인찬이 생각하는 ‘인디’(Indie)란?

“모든 것을 뭉툭하고 둥글둥글한 상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지금의 시장이 하는 일이라면, 인디는 그 예리함과 거친 감각을 잃지 않는 존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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