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인형이 공포의 오브제로 등장하는 영화는 많았다. 영화 속 인형들은 ‘처키’나 ‘애나벨’처럼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7년에 제작된 단편영화 <The Dollmaker>의 인형은 공포의 오브제라기보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슬픔을 상징한다.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과 소품으로 만들어진 인형은, 마법처럼 살아있는 아이의 역할을 대신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현재 상영 중인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Pet Sematary)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인형 제작자는 가족에게 사전 경고를 남긴다. 인형의 에너지가 상실되는 집 밖에는 인형을 데리고 나가지 말 것.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인형을 꺼내놓지 말고 박스에 넣어 놓을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상실의 슬픔을 경험한 남자는 처음에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인형 제작자를 다시 찾게 된다.

단편영화 <The Dollmaker>

마이애미에서 활동 중인 영국 출신 포토그래퍼 겸 영상감독 알 루거(Al Lougher)의 <The Dollmaker>는 각종 영화제에 초대되어 10여 차례 상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대부분 인형을 공포의 대상으로 변신시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길을 택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반전을 선택하여 신선한 충격과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는 평이다. 올해 4월 4일에 온라인에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17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