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개봉한 <샤잠>은 DC 확장 유니버스의 7번째 영화로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샌드버그가 연출했다. <샤잠>은 유일무이한 미성년자 슈퍼 히어로 영화다. “샤잠!”이라는 주문만 있으면 15살 빌리는 성인이 된다. 그것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초능력으로 무장한 히어로 성인으로 말이다. 갑자기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설정은 <샤잠>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에 제작된 영화 <빅>은 이런 설정의 영화들 중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국영화 중에는 <소년, 천국에 가다>가 있다. <샤잠>과 함께 <빅> <소년, 천국에 가다> 두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어떤 어른이 되는가?

완구회사 부사장이 되다 <빅>

<샤잠>이 오마주한 <빅>은 <맨 인 블랙>(1997) 감독인 베리 소넨필드가 촬영감독으로 함께하고 페니 마샬이 연출한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여동생인 앤 스필버그가 각본에 참여했다. <샤잠>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히어로가 된다면, 얼떨결에 어른이 된 <빅> 주인공 ‘조쉬’(데이비드 모스코)는 스스로의 힘으로 완구회사 부사장이 된다. 몸만 어른일 뿐 정신세계는 13살 어린아이 그대로였던 조쉬에게 완구회사에서 장난감을 기획하는 일은 그야말로 ‘덕업일치’와 같았다. 어른이 된 조쉬(톰 행크스)가 경직된 사무실에서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각종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왠지 모를 통쾌함을 준다.

 

사랑에 다가서다 <소년, 천국에 가다>

윤태용이 연출한 <소년, 천국에 가다>는 박찬욱이 각본에 참여하고 박해일과 염정아가 열연한 영화다. 미혼모의 자식인 13살 ‘네모’(김관우)의 꿈은 미혼모와 결혼하는 것이다. 장난기 많지만 애늙은이 같은 네모가 그런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느 날 친부를 만나고 온 네모 엄마(조민수)는 갑작스럽게 죽고, 네모 엄마가 운영했던 시계방에 네모 엄마처럼 미혼모인 ‘부자’(염정아)가 만화방을 차린다. 부자를 만난 네모는 운명이라는 듯 부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부자의 아들, ‘기철’(류종화)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네모는 어른의 몸(박해일)으로 환생해 본격적으로 부자에게 다가간다.

 

2. 어른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맥주 마시기 - <샤잠>

갑자기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어할까? 어른이 된 ‘빌리’(재커리 레비)는 단짝친구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저)와 함께 곧바로 마트로 향한다. 그러고는 마트 점원에게 최고급 맥주를 달라고 주문한다(맥주를 맛볼 생각에 설렌 나머지 마트에서 물건 구매하는 방법을 잠깐 잊은 듯하다). 아직 입맛마저 어른 입맛이 된 건 아니었는지 맥주를 처음 마신 빌리와 프레디는 실망한다.

 

맘껏 소비하기 - <빅>

세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 중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빅> 주인공 조쉬. 누구든지 어린아이였을 때는 어른들이 주는 소소한 용돈을 아껴가며 써야만 했다. 제 손으로 용돈 이상의 돈을 버는 성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조쉬는 완구회사에서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맘껏 산다. 넓은 집과 콜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자판기, 동전이 필요 없는 게임기, 매트 위를 방방 뛸 수 있는 트램펄린을 사들이는 조쉬를 보면 소비욕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구애하기 - <소년, 천국에 가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소년, 천국에 가다>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많다.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조차 대중적으로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은 편지로 곧잘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영화에서 네모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부자에게 편지를 쓴다. 바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자연스럽게 부자에게 구애하기 위해서다. 네모는 부자의 남편이 되기 위해 성인영화를 보며 어른들 연애를 학습하기도 한다.

 

3.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아이들

협동 - <샤잠>

빌리는 고아다. 빌리는 친모를 찾기 위해 툭 하면 위탁 가정을 가출한다. 그런 빌리를 받아준 마지막 위탁 가정은 바로 로사와 빅터네다. 친부모보다 더 부모답게 위탁 아이들을 돌보는 로사와 빅터의 손길 아래, 빌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프레디와 달라, 메리, 유진, 페드로와 정을 나눈다. <샤잠>의 반전은 독보적인 히어로가 된 빌리가 초능력을 이 다섯 아이들과 나눈다는 점이다. 빌리와 함께 초능력을 가지게 된 다섯 아이들은 서로를 도와 사람들을 구하고, 빌런인 ‘시바나’(마크 스트롱)를 무찌른다.

 

진실한 마음 - <빅>

‘수잔’(엘리자베스 퍼킨스)은 조쉬와 같은 완구회사에 근무하는 동료다. 수잔은 회사 동료인 ‘폴’(존 허드)과 사귀지만 곧 조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조쉬를 질투하는 폴이 치사한 방법으로 조쉬를 다치게 하자 수잔은 폴에게 찾아가 이별을 고한다. 그 자식이 뭐가 좋냐며 따지는 폴에게 수잔은 여태껏 만났던 사람들과 달리 조쉬는 어른스럽다고 답한다. 폴이 회사에서 항상 타인을 적대시했던 반면 조쉬는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었다.

 

신뢰 - <소년, 천국에 가다>

네모의 사랑은 굳세다. 네모는 오로지 부자만을 바라본다. 부자는 어른이 된 네모가 네모인 줄 모르지만, 그가 보여주는 헌신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네모는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약속을 저버리고 도망친 남자로부터 부자가 상처받았던 사실을 알게 되고, 부자와의 약속은 기필코 지키기로 다짐한다. 사후 세계의 법칙 때문에 하루하루 나이 들고 노쇠해지는 네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모는 부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숨을 거두는 크리스마스 당일, 남몰래 눈사람을 만들어 부자에게 선물한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