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2017) 포스터

실존 인물 앙리 샤리에르(Henri Charrière)의 실화를 다룬 소설 <빠삐용>이 두 번째로 영화화되어 개봉했다. 원래 미국에서는 2018년 8월에 개봉하여 수익 4백 5십만 달러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 출연한 라미 말렉(Rami Malek)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연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빠삐용> 예고편

이번에 개봉하는 <빠삐용>이 아쉬운 성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1973년 오리지널 작품을 넘어서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평이 있다. 당시 영화는 5천 3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히트작이 되었고,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의 영화음악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 기억의 한편을 차지한 유명한 곡이 되었다. 하지만 그 원작의 내용이 어디까지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빠삐용>(1973)의 타이틀곡

 

앙리 샤리에르는 누구인가?

앙리 샤리에르 Photo by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 © 2011 Getty Images via ‘IMDb’ 

앙리 샤리에르는 프랑스 남부 출신으로 해군 제대 후 파리의 뒷골목 세계에서 ‘빠삐용(Papillon, ‘나비’라는 뜻)’이라 불렸다. 그의 몸에 새긴 나비 문신 때문이었다. 그러다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당시 남미 동북부의 프랑스령 기아나의 카옌(Cayenne) 형무소에 수감된다. 하지만 수차례의 탈옥과 재수감을 반복한 끝에 10년 만인 1941년 탈출에 성공하여 베네수엘라에 정착하게 된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결혼하여 식당을 열었는데, 노후에 자신의 경험을 담은 서적 <빠삐용>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살인 사건 재판 당시의 앙리 샤리에르(1930), 출처 – The Juicy Report

 

악마의 섬(Devil’s Island)

악마의 섬, 출처 - Nigeria Real Estate Hub 

수차례 탈출을 시도한 끝에 다시 체포된 빠삐용은, 결국 악마의 섬에 유폐된다. 주로 정치범이었던 죄수들은 별도의 교도소 시설이나 간수 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이 허용되었지만, 바다와 정글로 가로막혀 탈출이 어려웠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률이 75%에 이른 적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탈출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는데, 빠삐용은 여덟 번째 시도 만에 코코넛 포대를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프랑스 정부는 1953년에 악마의 섬을 유배지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Documentary <Devil's Island>

 

소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베네수엘라에 정착하여 평범한 생활을 하던 앙리 샤리에르는 20여 년이 지난 62세에 기억을 더듬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소설이 75% 진실이라고 역설했지만, 프랑스 교정당국은 의문을 표시했다. 소설의 내용 중에는 자신의 얘기도 있지만, 다른 수감자 얘기를 자신의 것처럼 쓴 것도 많았다. 그가 실제로 악마의 섬에 유폐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뒤따랐다. 한편 1969년에 출판된 <빠삐용>은 1973년 영화로 제작될 때까지 5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빠삐용>(1973) 예고편

 

 

메인 이미지 앙리 샤리에르(좌), 영화 <빠삐용>(1973) 스틸컷(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