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16회 <2019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가 발표됐다. 한국대중음악상은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을 예술적 창조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하며 2004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대중음악상은 PD, 음악 평론가, 기자 등 음악업계에 종사하는 70여 명의 선정위원들이 음악적 성취를 기준으로 종합분야와 장르분야의 후보들을 선정한다. 올해는 최종적으로 77팀의 아티스트들이 후보에 올랐다. 수준 높은 음악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후보 중,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작년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수상에 이어 올해에는 종합분야와 장르분야에 걸쳐 7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작년에 발표한 <LOVE YOURSELF>로 수백 만장의 앨범을 판매하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싸이 이후 케이팝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멤버 각자가 작사, 작곡, 편곡 등 앨범에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후보에 오른 이문세나 엄정화 같은 레전드 뮤지션이나 여타 다른 아이돌 팀과 비교해봐도 훨씬 높은 비율이다. 또한 DJ 스티븐 아오키, 체인스모커스의 공동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였던 DJ Swivel, 조자 스미스 등의 믹스 엔지니어를 맡았던 제이슨 죠슈아 등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사운드와 대중적인 트렌디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앨범을 들어보면 굉장히 다양한 장르와 시도가 온전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아이돌과 한국대중음악상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돌 앨범들은 꾸준히 후보에 올라왔고, 수상까지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는 수상자들이 시상에 참여하지 않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정작 그들에게 외면받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았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 아이돌 음반들이 꾸준히 후보에 오른다는 건 아이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와 작사가 엔지니어 및 프로듀서들에게 그들 모두 한국대중음악의 한 축임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세이수미

한국대중음악상에는 메인격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분야가 있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이렇게 4개 부분인데 방탄소년단과 마찬가지로 세이수미 역시 종합 부분 3개에 걸쳐 후보에 올랐다. 거기에 올해의 모던록 앨범, 올해의 모던록 노래 등 장르 부분 2개까지 합치면 총 5개 부분에 걸쳐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다. 방탄소년단이 대중음악의 최전선이라면 세이수미는 최후방에서 버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부산 출신 밴드 세이수미는 2014년 데뷔앨범 <We`ve Sobered Up>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의 소속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고향인 부산에 머물며 활동 중이다. 중간에 부침도 많았다. 멤버가 교통사고를 당해 잠시 공백기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Where We Were Together>로 다시 돌아왔다. 세이수미는 기타 팝과 서프 록을 하는 밴드다. 그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겉모습만 보면 어딘지 모르게 소탈하고 순박해 보이지만, 음악은 날이 잘 서 있다. 마냥 밝지만은 않다. 캘리포니아의 정서를 떠오르게 하는 비치 하우스의 감성보다는 광안리 앞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부산의 정서가 있다. 작년에 나온 가장 훌륭한 모던 록 앨범으로 <Where We Were Together>를 꼽고 싶다.

 

유하

한국대중음악상은 매년 그해의 후보작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비매용으로 발표한다. 4 CD로 구성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차례차례 듣고 있는데 귀에 덜컥 걸리는 노래가 있었다. 바로 유하의 ‘인부1’이란 노래였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 유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작년에 발표한 앨범 <젊은이>로 이적, 이규호, 정지찬 등 이미 많은 뮤지션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담담한 목소리와 내밀한 세계관을 가진 가사로 담백하게 노래한다.

모든 시상식이 그러하듯 한국대중음악상도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록과 포크 장르에 편향적이다’, ‘인디 음악이나 특정 레이블에 호의적이다’라는 등의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수상작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다. 대중적인 시선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알앤비와 힙합 부분에서 드러나는 불만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국대중음악상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을 통해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에 눈을 뜨고 풍요로운 음악 환경을 추구하게 된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이야말로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질적, 양적 성장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선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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