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뮤직(Surf music)은 파도타기를 주제로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인기를 끈 대중음악이다. 당시 미국 경제는 호황이었고, 젊은 세대는 뜨거운 태양이 넘실대는 서부 해안을 따라 서핑을 즐겼다. 이러한 문화가 '음악'으로 표출된 서프뮤직은 오늘날 여름에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록 음악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대표 아티스트는 딕 데일(Dick Dale), 서파리스(Surfaris),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등이 손꼽힌다. 서프 뮤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딕 데일처럼 일렉트릭 기타, 드럼 등 악기의 멜로디가 중심인 '인스트루멘털 서프록’(Instrumental surf rock)이다. 다른 하나는 비치 보이스처럼 하모니를 바탕으로 연주와 노래가 함께 하는 '보컬 서프록'(Vocal Surf Rock)이다. 아래 영상으로 대표곡을 하나씩 들어보자.
이 외에도 영화 <펄프픽션>의 삽입곡인 Lively Ones의 'Surf Rider'(1963), 미국의 록 듀오 Jan&Dean의 'Surf City'(1963)등이 명곡으로 꼽힌다. 근래 만들어진 서프 뮤직 느낌의 음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으로 소개할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미국의 혼성 밴드 ‘욜 라 탱고(Yo La Tengo)’의 곡 'Today is the Day'(2003)를 소개한다. 노을 지는 해변의 풍경, 서핑을 끝낸 사람들의 실루엣과 초여름 밤의 나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바다와 맥주, 낭만의 밴드! 세이수미
세이수미(SAY SUE ME)는 자칭 "우리는 여름 밴드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부산의 4인조 밴드다. 멤버는 최수미(보컬, 기타), 김병규(기타, 코러스), 하재영(베이스), 강세민(드럼)이다. 밴드명 'sue me'는 직역하면 ‘나를 고소해라’ '마음대로 해라’인데 멤버 최수미의 이름과 발음도 같다.
이들의 공연장에 가면 멤버들이 쉬는 틈을 이용해 맥주를 나눠 마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녹음이나 곡 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땐, 연습실 근처에 광안리 해변에서 맥주를 사다가 신나게 수다를 떨고 다시 곡을 쓴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세이수미의 음악에서는 바다 냄새가 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여름 바다’와 ‘낭만’, ‘자유’ 말이다.
세이수미 1집 <We've Sobered Up>(2014)은 60년대의 서프 뮤직과 90년대 미국 인디 록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특히 90년대 미국 인디를 좋아해서 늘 Pavement, Yo La Tengo 등을 듣고 따라 하던 멤버 네 명의 음악적 취향이 녹아 있는 앨범이다.
멤버들은 ‘서프’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있지만, 1집에서는 사운드적인 면 말고는 서프라고 할 만한 곡이 없어 아쉬웠다고 한다. 덕분에 다음 해 발매한 EP 앨범 <Big Summer Night>(2015)는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여름의 이미지가 좀 더 강렬하게 담겼다. “한 여름 파도가 높은 뜨거운 날의 느낌부터, 2천 원짜리 폭죽이 소박하게 터지는 한가로운 여름 해변의 느낌”(앨범 소개 글)처럼, 단순히 흘러가버리고 마는 계절이 아닌 어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름을. 또한, 좀 더 간결하고 선명해진 기타 소리와 함께 전통적인 서프(Surf) 연주곡들이 대부분이다.
여름밤의 해변과 짙은 안개가 걷히는 새벽 바다까지. 세이수미에게 ‘바다’는 그리움보다 친근하고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익숙함을 담아낸 곡들은 우리에게 설레고 들뜬 그리움을 안겨준다. 다가오는 여름, 비록 바다는 가까이에 없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여름날의 추억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맥주 한 잔을 곁들인다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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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 밴드 '세이수미' ⓒ소속사 일렉트릭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