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초 구정 연휴가 시작될 무렵인 1월 28일, 영국 현지시간으로는 1월 27일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존 허트(John Hurt, 1940~2017)가 생을 마감하였다. 영화광이 아니라면 이 배우의 이름만으로는 금방 얼굴이 안 떠오를 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사진을 보면 매우 낯이 익다. 한두 편의 유명한 영화에서 이름을 날린 배우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라는 느낌이 든다. 2015년 여왕의 기사 작위를 받아 공식적인 영국의 국민배우 반열에 오른 존 허트. 우리에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속 꼬리칸의 지도자 길리엄으로 매우 익숙한 인물이다. 그를 추모하고 추억할 화두와 영상들을 골라보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지도자 길리엄을 연기한 존 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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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출연작은 무려 204편에 이른다

존 허트가 생애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때가 1962년이니까, 지난 55년 동안 평균적으로 매년 4편씩 출연했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기록이다. 그는 2015년 암 진단을 받고도 활동을 접지 않았으며,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만도 3편에 달했다. 그의 수많은 출연작들을 4분 30초로 압축한 유튜브 영상을 보자.

존 허트 필모그래피 영상

 

그는 수없이, 그것도 드라마틱하게 죽는 역할로 유명하다

존 허트는 특히 악에 희생되는 캐릭터를 자주 맡았는데, iMDB에 의하면 46편의 영화에서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특히 영화 <에일리언>(1979) 속 그의 배에서 새끼 에일리언이 튀어 나오는 장면은 CNN이 선정한 ‘역대 영화 속 죽음 Top 10’에 포함된 명장면이다. 이 장면은 1987년 그가 출연한 영화 <스페이스볼>(1987)에서 오마주되기도 하였다.

유튜브 편집 영상 <Many Deaths of John Hurt>
영화 <Spaceballs>에서 존 허트는 "Not again!"을 외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를 가져 성우와 연극배우로도 이름을 날렸다

존 허트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20여 편에 성우로 출연하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음성과 독특한 억양으로 주로 무소불위의 독재자나 내공이 깊은 영웅 역을 맡았다. 그는 런던 웨스트엔드(West End)의 연극무대에도 부지런히 출연한 연극배우이기도 했다.

영국 드라마 <Merlin>에서 용(The Great Dragon>의 음성 연기 장면
2009년에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국제엠네스티 지원과 참여를 호소하였다

 

그는 2003년부터 프로테우스 신드롬 재단의 후원자이다

1980년에 나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엘리펀트 맨>은 존 허트의 배우 생활을 대표하는 영화다. 신체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심각한 기형을 안고 태어난 실존인물 존 메릭(John Merrick, 1862~1890)을 연기하면서 프로테우스 신드롬(Proteus Syndrome) 또는 다발성 신경섬유종증의 퇴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이 병은, 현재도 전 세계에 180여 명의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고 알려진다. OBS의 <씨네뮤직>에서 이 영화를 자세히 소개하였다.

<씨네뮤직>에서 소개된 영화 <엘리펀트 맨>

존 허트의 사진을 모아 놓은 <더가디언> 기사 <A Life in Pictures – John Hurt>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