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중서부에 위치한 투스카니(Tuscany) 지방은 이탈리아 여행객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피렌체, 피사, 시에나와 같은 중세의 분위기를 가득 머금은 도시 사이로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이 펼쳐진 넓은 들판의 풍광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영화 관계자가 투스카니 지방을 여행한다면, 누구라도 이를 배경으로 로맨틱한 영화 한 편 만들고 싶지 않을까? 투스카니 지방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영화 네 편을 뽑았다.

 

<로미오와 줄리엣>(1968)

셰익스피어 원작의 희곡으로 오랫동안 뮤지컬과 영화로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그중 1968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5백 명의 오디션 경쟁자를 제치고 줄리엣 역으로 뽑힌 배우 올리비아 허시(Olivia Hussey)의 청순한 매력과 주제곡 ‘A Time for Us’의 인기로 세계적인 흥행작이 되었고, 오스카 2관왕과 골든글로브 3관왕을 안았다. 원작은 이탈리아 북부의 베로나(Verona)를 배경으로 하나,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재현하기 위해 이탈리아 전역을 뒤져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의 고향 투스카니 지방에서 상당 분량 촬영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요 장면과 주제곡

 

<전망 좋은 방>(1985)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Edward Morgan Foster)의 아름답고 잔잔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로맨스 영화로, 로튼 토마토에서 100% 평점을 받았고 아카데미 8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 3관왕을 안았다. 1900년대 초 보수적인 영국 상류층 남녀가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중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피렌체의 주요 관광지에서 전반부가 촬영되었고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호텔 창문에서 영화가 마무리됐다. 피렌체 배경의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카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주제곡으로 나와 잔잔함을 더한다.

영화 <전망 좋은 방> 예고편

 

<스틸링 뷰티>(1996)

2018년 11월 26일에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의 명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마리아 슈라이더가 40여 년이 지난 후 ‘미투’ 고백을 하며 논란에 휩싸였던 감독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를 잃고 상심에 빠진 19세 소녀가 어머니의 일기장을 근거로 이탈리아로 생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록스타 스티븐 타일러의 딸인 리브 타일러(Liv Tyler)가 주연을 맡았다. 시에나 인근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Castello di Brolio)성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스틸링 뷰티> 예고편

 

<투스카니의 태양>(2003)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낙담한 샌프란시스코 작가 ‘프란시스’(다이안 레인)는 이탈리아 여행 중에 즉흥적으로 투스카니의 코르토나(Cortona)에 위치한 3백 년 된 고택 ‘브라마솔레’를 구입하게 된다. 교수이자 작가인 프란시스 메이어스(Frances Mayes)의 자전적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피렌체, 시에나, 코토나 등지에서 대부분 촬영되었고, 로마나 포시타노와 같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도 간간이 등장한다. 박스오피스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고,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를 통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