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재교육원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 ‘정기’(민정기)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담당 선생님 ‘자연’(강성은)은 하루 종일 한 가지 일도 결정하지 못하고,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지적하고 간섭하는 직속 상사 ‘지선’(이지선)은 자신을 미워하는 것 같다. 옆자리 인턴 ‘현철’(조현철)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온종일 음악만 듣는 것 같다. 이 모든 부조리가 탐탁지 않아 발버둥 치는 정기에게 지선은 쐐기를 꽂는다. “(정기 씨는) 왜 그렇게 유도리가 없어요?”

긴장감이 흐르는 사무실 공기, 소통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은 채 답답하게 오고 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어색함조차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와 대사까지. <유도리>(2012)는 영상 곳곳마다 현실적인 디테일이 잘 녹아 있다. 각본, 연출을 모두 맡은 이랑이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 정기가 나름 우화적인 결론을 맺고 현실을 견뎌내는 블랙 코미디적 결론도 귀엽다.

영화에 감춰진 사소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정기 옆자리에 앉아 내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 ‘정기’를 옥상으로 대피시키는 ‘현철’은 매드클라운의 동생이자 배우 겸 감독인 조현철이다. 블루스 뮤지션 하헌진, 밴드 밤섬해적단의 권용만은 정기를 전도하는 ‘교회 청년들’로 열연했다.

벌써 7년이 흐른 작품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는 이랑의 활동은 계속 멈추지 않는다. 그의 최근 소식을 SNS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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