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덕원, 동물원, 강현민, 3호선 버터플라이

2017년 1월에 새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들 가운데 유난히 반가운 얼굴이 있다.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겨울을 감싸는 따뜻한 음악부터 새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개성을 뽐내는 음악까지, 명불허전 국내 뮤지션들의 신보를 소개한다.

 

윤덕원 <농담>(2017.01.21)

브로콜리너마저의 멤버 윤덕원의 두 번째 솔로 앨범. 1집 <흐린 길>(2014)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EP <농담>에 밴드 활동 틈틈이 써내려간 4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농담'은 닳고 해져버린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이어 멀어지는 연인을 붙잡는 '왜죠'와 식어가는 관계를 다룬 '두 계절'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연은 가차 없이 싹둑 잘려나가기도 하지만, 닳아서 없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잔잔한 피아노 멜로디와 늘 따뜻한 윤덕원의 목소리가 쓸쓸한 마음을 위로한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실패한 농담처럼 느껴질 때, 윤덕원의 <농담> 속에서 우리는 진짜 위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덕원 ‘농담’ MV

 

동물원 <13년 만에 다시 가 본 동물원>(2017.01.20)

변함없는 감성을 노래하는 동물원이 9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그동안 ‘거리에서’,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같은 수많은 명곡을 남긴 그들이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물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동물원을 떠난 친구도, 새롭게 들어온 친구도 있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친구도 있다. 현재는 원년 멤버인 유준열과 박기영, 1995년부터 합류한 배영길, 세 사람이 동물원을 지키고 있다.

타이틀곡 '다시 돌아, 봄'은 ‘기나긴 겨울 뒤엔 반드시 봄이 온다’는 믿음을 담은 곡이다. 복고풍 스트링 사운드에 부드럽게 속삭이듯, 때로는 안타깝게 호소하는 보컬이 추운 계절의 얼어붙은 등을 따듯하게 어루만진다. '바다'는 6집 앨범부터 합류한 배영길이 만들고 부른 노래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 곡. '안구건조증'은 재치 있으면서도 감상적인 노랫말에 멤버 유준열 특유의 감수성을 결합했다. 이렇듯 <13년 만에 다시 가 본 동물원>은 13년이라는 세월에도 녹슬지 않은 음악,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동물원 사운드를 다시금 각인한다.

동물원 '다시 돌아, 봄'

  

강현민 <Reflective>(2017.01.13)

일기예보, 러브홀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강현민. 그가 첫 솔로 앨범 <She>(2001) 이후 16년 만에 2집 <Reflective>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미발표한 노래 200여 곡 가운데 5곡을 추려 완성한 것이다. 모든 수록곡은 강현민이 직접 작사 작곡/편곡/프로듀싱 했으며,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와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매드 소울 차일드의 진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또한, 러브홀릭 멤버 이재학을 비롯해 강수호, 전영호, 이성열 같은 연주자들이 녹음에 참여하여 앨범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몽환적이고 따뜻한 멜로디 라인을 가진 타이틀곡 ‘추억’, 일기예보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멜로디에 소소한 일상이 담긴 ‘1234’는 익숙한 듯 새롭다.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Can’t Control’과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수록곡인 ‘Such’의 리마스터링 버전, 멜로디가 반복, 변주되며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그런 나 그런 너’까지. 세련되고 감성적인 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강현민의 존재는 2017년에도 여전히 반갑다.

강현민 '추억' 뮤직비디오

  

3호선 버터플라이 <Divided by Zero>(2017.01.06)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꿈꾸는 나비', '티티카카' 같은 다수의 히트곡을 가진 3호선 버터플라이. 그간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록을 선보인 이들이 5년 만에 정규 5집 <Divided by Zero>를 발표했다. 촘촘히 짜인 12개의 트랙은 나날이 발전하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면모를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은 일렉트로니카의 기운이다. 앞서 공개한 ‘나를 깨우네’를 첫 번째 트랙으로, 이어지는 타이틀곡 ‘Ex – Life’와  ‘Sense Trance Dance’, ‘Put Your Needle on the Groove’는 비트감이 살아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남상아의 보컬을 얹어 3호선 버터플라이만의 새로운 개성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이 잘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감성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감정불구’와 ‘내 곁에 있어줘’, 연주와 보컬의 에너지로 청자에게 강한 쾌감을 선사하는 ‘Zero’와 ‘호모 루덴스’까지.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앨범 안에서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정규 5집 <DEVIDED BY ZERO>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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