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스틸컷

공포영화는 누가 뭐래도 여름이 제철이건만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으스스함’이 찾아온다. 올해 유독 기존 공포영화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주는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이 영화들 속에는 귀신이 나오지도,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나 널브러진 시체가 나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하이틴 스타가 주인공도 아니고 블록버스터급 스케일 영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귀여운’ 이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고 적잖은 수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서치>와 <완벽한 타인>에 관한 얘기다.

*이슈가 됐던 <서치>의 촬영기법과 <완벽한 타인>의 리메이크 이슈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두 영화가 어떤 공포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봤다.
<서치> 스틸컷

<서치>, <완벽한 타인>의 공통점은 새로운 ‘공포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가 쏟아지고 귀신이 등장하는 기존의 호러물과 달리 두 영화 속엔 내 몸의 일부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영화 <서치>는 딸을 찾아 끊임없이 흔적을 추적하는 아빠 ‘데이빗 킴’을 연기한 존 조 한 명의 배우가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고 <완벽한 타인>은 여러 명의 배우가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어둑한 숲이나 공동묘지, 병원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공포물과 달리 ‘석호 부부’의 번쩍이는 집, 그것도 온갖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저녁 식사 테이블과 테라스 정도가 영화 전반적 내용을 다루는 배경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내 노트북을 샅샅이 파헤치는 아빠

<서치> 스틸컷

이 두 영화가 왜 공포라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영화 속에 더 몰입해 보면 알 수 있다. 과제를 하러 나간 딸 ‘마고’(미셸 라)가 밤 11시 30분 단 3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긴 채 행방불명된다. 딸의 생사여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아빠 데이빗 킴은 경찰의 허술한 조사를 더는 참다못해 딸의 행적을 직접 찾기로 한다. 바로 딸이 쓰던 노트북을 통해. 컴퓨터 속 저장된 폴더와 주고받은 이메일, 페이스북 친구목록까지 털어본다. 별로 마고와 친하지 않은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기도 하고 이메일 기록을 뒤져 피아노 선생님에게도 전화를 건다. 그러다 딸이 업로드한 영상과 그 영상에 누가 접속하고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까지 파헤친다.

<서치> 스틸컷

영화 스토리 전개상 너무나도 긴박한 아빠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상영관에 앉아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건 왜일까? 만일 내가 ‘마고’라면? 아빠가 내 노트북의 폴더부터 SNS 친구들에게까지 연락을 한다면? 오 마이 갓. 가족과 얼마나 친근하게 지내 왔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가족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가족 중 누군가 일방적으로 노골적으로 살핀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멈칫하게 하는 공포다. 가족 중 누군가 내게 ‘팔로잉’을 신청했을 때 쉽사리 ‘수락’이 눌러지지 않았고, 이미 수락해 버린 걸 벌써 열 번도 넘게 후회하며 지금도 ‘언팔’을 고민하는 내겐 <서치>는 꽤 강렬하고 새로운 공포였다.

 

왜?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

<완벽한 타인> 스틸컷

<서치>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타인>도 그렇다. 영화는 저녁 식사 테이블 위에 얹힌 스마트폰,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오는 전화, 문자, 메신저, 메일 모두를 공개하는 공포의 시간을 다뤘다. 비밀이 없다면 두려울 이유 없잖아? 불편한 상황과 달리 식탁 위로 군침 도는 메뉴들이 차려진다. 간단한 빵으로 시작해 회, 홍게찜, 각종 와인과 막걸리, 디저트는 핸드메이드 티라미수 케이크까지. 잘 차려진 음식과 대조되는 긴박한 저녁 식사가 펼쳐진다. 오랜 친구들과 그들의 배우자,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끼리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강제’ 공유하는 공포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누구 좋으라고’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이 잔인한 게임 때문에 불륜, 채무, 부부 갈등, 숨기고 싶은 자식 문제, 성 정체성까지 무자비하게 들춰지고 모두가 잔혹하게 상처받는다.

<완벽한 타인> 스틸컷

<완벽한 타인> 속에서는 ‘나’의 은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가장 가까운 배우자가 상처받는 장면, 그 표정까지 공유되는데, 이는 내게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영화 자체가 재미없었냐고? 그건 아니다. 소리 내 웃음이 터질 만큼 웃긴 장면들이 분명 곳곳에 있었음에도 숨기고 싶은 ‘나’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굳이’ 들춰내는 공포와 그걸 바라보는 사랑하는 이의 아픔. 거기에 더해 연기파 배우들의 실화 같은 연기는 상영관은 빠져나온 관객에게 충분한 공포를 주기에 거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완벽한 타인> 스틸컷

언제라도 감추고 싶은 ‘나’가 들춰질 수 있다는 공포는 귀신이 없지만, 도끼나 칼처럼 살인 도구가 나오지 않지만 그것들보다 더한 공포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새로운 공포를 <서치>와 <완벽한 타인>을 통해 간접경험 할 수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지키고 싶은 비밀이 끝까지 지켜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 오히려 더 ‘잘’ 숨겨야겠다는 마음마저 든다. 대단한 비밀이 없더라도 굳이 맨얼굴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는 법. 역시 비밀은 비밀로 지켜질 때 가장 평화로운 건가? 라는 물음만 잔뜩 남긴 새로운 공포의 서늘함. 여러분의 패스워드는 안전하신지요?

 

 

Writer

좋아서 본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어 기뻐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