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매년 만여 명의 소년들이 비도덕적인 군벌에게 납치되어 살인 병기로 키워진다. 이 소년들은 마약으로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되고 적개심을 갖도록 세뇌되어 잔혹한 전쟁범죄의 전면에 선다.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으로 에미상을 받은 캐리 후카나가 감독은 오래전부터 소년병 토픽을 연구하다가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 2015)을 제작했다. 넷플릭스는 약 1천 2백만 달러로 알려진 금액을 투자하여,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가져와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기록했다.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 티저 영상

 

작가, 제작, 촬영, 감독의 1인 4역

후쿠나가 감독은 아프리카 서부의 시에라리온 내전(Sierra Leone Civil War)의 소년병 문제에 관심을 갖고 6년간 조사하다가 소설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집필 기간이 7년 걸렸으니, 영화 제작까지 총 1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바친 셈이었다. 6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조달하여 가나 현지의 정글에서 촬영에 들어간 것은 2014년. 하지만 첫날 카메라맨 한 명이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후쿠나가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중도에 말라리아에 걸려 1주일을 쉬어 가며, 35일 동안 가나의 정글에서 작가, 제작, 촬영, 감독 1인 4역의 고된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15년을 이어온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 공식 예고편

 

소년병 역의 가나 소년 아브라함 아타

왼쪽부터 후쿠나가 감독, 아브라함 아타, 이드리스 엘바

후쿠나가 감독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을 캐스팅하여 숨은 재능을 끌어내는 데에도 탁월했다. 영화를 이끄는 소년병 ‘Agu’ 역의 배우는 가나 출신의 아브라함 아타(Abraham Attah)다. 2001년생이니 영화에 출연할 당시 14살이다. 후쿠나가 감독은 가나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며 축구를 하던 그를 발견하여, 배우와는 아무 인연이 없던 그를 주연급으로 캐스팅했다. 그 결과 가족과 함께 교회를 다니며 평범한 삶을 살던 소년은 한순간에 아버지와 형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반군 병사가 되어 살인을 일삼는 소년병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이 영화로 그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5개의 상을 받았고, 이어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 출연하는 행운을 안았다.

<Beasts of No Nation> The Child Soldier Featurette

 

영국의 섹시 스타 이드리스 엘바

이 영화에서 반군 사령관이라는 강성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드리스 엘바(Idris Elba)는 가수와 DJ로도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유명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매우 화려한데, HBO의 롱런 드라마 <더 와이어>에서 마약 중개상 역으로, BBC의 드라마 <루터>에서 ‘존 루터’ 형사로, 영화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2013)에서는 남아프리카의 국가 지도자 ‘넬슨 만델라’ 역을 소화했다.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아메리카 갱스터>, <프로메테우스>, <토르>, <어벤저스>, <패시픽 림>에도 출연했다. 덴젤 워싱턴을 잇는 섹시 스타로 각광받는 그가, 몬순(열대 장마) 시기의 가나 정글에서 부상과 질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에 임했다. “사람들이 소년 병사가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세세한 것들은 잘 모르고 있어요.”라며, 어머니의 고향에서 촬영한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특별했던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소년병들을 모아 놓고 훈시하는 반군 사령관 역의 ‘엘바’

영화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은 소년병 문제를 제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로써 충분하지는 않으며 갈 길은 멀다는 의견도 따른다. 1993년 영국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 War Child에 의하면, 아프리카 외에도 인도, 콜롬비아, 태국, 버마 등지에도 소년병을 이용하는 반군들이 존재하며, 18세 이하의 소년병 숫자는 약 26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에서 소년병 실태가 다루어진 바 있으나, 이번 영화는 철저하게 소년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인류에 강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중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