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 마사(Mura Masa), 이 젊은 뮤지션의 신곡은 매번 어메이징하다. 조금 재미있는 것은 팬들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그의 신곡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린다는 점이다. 심지어 ‘무라 마사는 비디오와 함께할 때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꺼내고 이 말은 곧 높은 공감을 얻는다. 그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전달하는 영상 매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라 마사의 (거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감독 ‘요니 라핀(Yoni Lappin)’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Mura Masa ‘Move Me’ MV

무라 마사의 뮤직비디오 감독 요니 라핀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다. 그는 영상 제작에 뛰어들기 전, 음악 회사에서 더 먼저 일했다고 한다(음악제작보다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아 그만두었다고). 그 때문일까? 그의 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의 들러리 역할만을 하거나, 음악보다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음악과 하나의 프랍처럼, 유기체처럼, 함께 있을 때에야 살아있는 ‘무엇’이 된다.

요니 라핀의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들 
Mura Masa ‘Love$ick’ MV

요니 라핀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어느 한 곳에 묶이는 것을 강박적으로 기피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향을 ‘온 세상(all over)’이라고 말하는데, 그 까닭은 자신이 어느 하나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는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녔다).
아주 깊이 파고들자면, 그의 작품은 이스라엘의 정통성부터 런던의 모던함까지, 이것저것 모든 게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의 비디오는 결코 아카데믹하지 않다. 오히려 뭐랄까, 방황하는 젊은이와 대도시의 길거리 스냅샷을 엮어 만든 ‘날 것’ 문화의 혼합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요즘 우리의 정체성은 그런 것일 거다. 하나로 결정지을 수 없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세계.

요니 라핀의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들 
Mura Masa ‘What If I Go?’ MV

그런데 대체 ‘힙하다’는 것은 어떤 미학을 내포한 것일까? 최근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는 이 단어는 ‘좀 더 새롭거나 특이한 것, 혹은 남다른 것으로, 단순 트렌디한 것이 아니라 좀 더 팔팔하고, 거칠고, 살아있는 날 것에 대한 선호나 지향’이라고 한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자신만의 개성, 남다른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을 말한다.
<What If I Go?>는 무라 마사의 뮤직비디오 중 가장 처음으로 주목받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의 화면은 1:1 비율의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촬영됐다. 소셜미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시각적인 요소로 젊은이들의 소셜 세계를 잘 표현해냈다고 평가된다. 더불어 뮤직비디오에는 주로 스타일리시한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요니 라핀은 자연스러움을 위해 특정한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고 모델의 패션 그대로 연기하게 한다고 한다.

Mura Masa & Charli XCX ‘1 Night’ MV
요니 라핀의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들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사랑에 도취한 듯 낭만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운 모습으로 황량한 도시를 떠돈다. 특히 뮤직비디오 ‘1 Night’에서는 ‘원나잇’의 서툴고 엉망인 감정을 소름 끼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최근 업로드된 작품 ‘Complicated’에서는 화면이 빙글빙글 도는 촬영기술이 사용됐다. 유투브 유저들은 ‘머리가 어지럽다’는 댓글을 남기는데, 이는 가사 ‘You’re so complicated, You’re too complicated’가 반복되는 코러스와 잘 어우러져 도통 알 수 없는 복잡한 연인에 대한 맘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Mura Masa, NAO ‘Complicated’ MV

요니 라핀은 아주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되레,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데 흥분한다’고 말하며 메시지 과잉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아주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닌, 아주 보편적인 정서를 세련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그의 미학이다. 그는 머리로 계산하고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저 음악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옳다고 느끼는 것을 표현할 뿐이라고 말한다.

요니 라핀이 표현하는 세계엔 다양한 인종‧사랑‧문화‧정체성이 녹아 있다. 그것은 정제되거나 완벽하지 않은 거친 세계다. 인형 같은 외모에 방금 살롱에서 관리받은 듯한 모델이 아닌 너와 나, 평범한 사람들의 삶. 아마도 우리는 거기서 자유로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가 젊은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낡은 것을 배척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요니 라핀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주 순수하고 정직한 아우라, 덜 완성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한다. 또 그것이 모두를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점이 최전방에서 달리는 96년생의 뮤지션 무라 마사의 음악과 아주 잘 융합된다.

하나로 정의되어 결정되지 않는 아름다움, 에너지, 가능성. 숨 쉬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업. 음악이나 비디오, 어느 한 쪽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주는 작품은 하나의 개념과 메시지가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체험하게 한다. 그것이 아마도 생동하는 예술이 아닐까?

 

요니 라핀 인스타그램 

 

 

 

Writer

나아가기 위해 씁니다. 그러나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