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는 재즈 명문 블루노트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지만 어떤 장르의 피아니스트라 규정하기는 어렵다. 어머니가 클럽과 교회에서 재즈와 블루스를 노래하던 직업 가수였고, 그 자신도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마일스 데이비스 키드라는 점에서 재즈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솔로로 나설 때에는 힙합, 네오소울, 재즈, R&B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함께 일하며, 자신의 밴드 로버트 글래스퍼 트리오로 나설 때는 전통적인 재즈로, 또다른 밴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와 함께 하면 독창적인 퓨전 음악을 선보인다.

 

트리오와 익스페리먼트로 나눠진 <Double Booked>

전통적인 재즈 피아노 트리오인 Rebert Glasper Trio

블루노트에서 발표한 세 번째 앨범 <Double Booked>(2009)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콤보 구성으로 6곡씩 모두 12곡을 수록했다. 먼저 로버트 글래스퍼 트리오의 구성으로는 몽크의 오리지널 한 곡을 포함하여 전통적인 재즈곡을 담았고, 4인조 편성의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의 구성으로는 퓨전 장르 여섯 곡을 담았다. 이 중 대학 시절부터 음악을 함께한 절친이자 음악적 파트너 빌랄(Bilal)과 콜라보한 ‘All Matter’는 그래미 어반/얼터너티브 연주 부문 후보에 올랐다.

<Double Booked>(2009)에 수록한 ‘All Matter’

 

음악적 장르를 거부한 <Black Radio>

블루노트에서의 네 번째 앨범 <Black Radio>(2012)는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와 함께 한 음반으로,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음악적 장르를 적극적으로 허물기 시작했다. 수록된 13곡 모두 유명 가수 또는 래퍼들이 피처링했고, 자신이 프로듀서 역할까지 맡았다. 이 앨범은 빌보드 재즈 앨범 1위에 올랐고 그래미에서는 최우수 R&B 앨범으로 선정되어, 음악적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듬해 발표한 후속 앨범 <Black Radio 2>(2013) 역시 그래미 R&B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Black Radio>(2012)에 수록한 ‘Afro Blue’(Feat. Erykah Badu)
<Black Radio 2>(2013)에 수록한 Scott ‘Calls’(Feat. Jill Scott)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다

프로듀서로서 그래미 최우수영화편집앨범상(Best Soundtrack Compilation)을 받은 <Miles Ahead>

앨범 <Black Radio>(2012)부터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재즈 피아니스트에 힙합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이 함께 따라다닌다. 1970년대 스티비 원더의 R&B 명곡 ‘Jesus of Children of America’를 자신의 어쿠스틱 피아노와 일렉트릭 키보드를 섞은 음악에 랄라 해서웨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배우 말콤 자말 워너의 낭송을 엮어 재해석해 그래미를 수상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선보였다. 영화 <마일스 어헤드>(2016)는 그가 처음으로 영화음악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작품으로 그래미상을 안았다.

<Black Radio 2>에 수록하여 그래미상을 받은 ‘Jesus Children of America’

 

재즈 전통에 충실한 피아노 트리오 연주

로버트 글래스퍼 트리오에 속한 그는 어쿠스틱 재즈 피아니스트로 돌아온다. 블루노트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 <Canvas>(2005) 이후 10년 만에 오리지널 재즈로 복귀한 음반 <Covered>(2015)는 라디오헤드나 조니 미첼 등 인기 스타의 많이 알려진 곡을 재즈 트리오 콤보로 재해석하여 재즈 평론가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이 앨범은 그래미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 후보곡으로 올랐다.

로버트 글래스퍼 트리오의 ‘So Beautiful’(2015)

로버트 글래스퍼는 트리오와 함께 할 때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익스페리먼트와 함께할 때는 펜더로즈(Fender-Rhodes) 키보드를 연주하며 음악적 영역을 넘나든다. “이것이 우리 밴드의 독자적인 특성이죠. 우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문자 그대로 어디든지요.”라며 자신의 장르인 재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Update or Die(새롭게 바뀌든지, 아니면 죽든지.)”

 

로버트 글래스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