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힙합 신을 끓게 하는 새로운 피. 지금 가장 주목받는 세 명의 래퍼, 나플라, QM, pH-1이 나란히 앨범을 발표했다.
나플라
2015년 발표한 믹스테잎 <THIS & THAT> 이후, 나플라(Nafla)는 눈여겨봐야 할 신예가 됐다. 몇 달 뒤 선보인 곡 ‘Wu’로 그는 힙합 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실력을 완전히 증명했다. 여러 싱글과 참여곡이 발매될 때마다 팬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고, 마침내 지난 10월 22일 나플라의 정규 앨범 <ANGELS>가 세상에 나왔다. 16트랙으로 꽉꽉 채운 이 앨범엔 나플라가 잘하는 것과 팬들이 원했던 것, 새로운 것이 모두 담겼다. 기대한 바에 못 미친다는 평도 있지만 나플라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는 앨범이다. 특히 5번 트랙 ‘jail’부터 10번 트랙 ‘사과상자 (Feat. loopy)’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선 날것 그대로인 힙합의 맛이 느껴진다.
QM
올해 5월, QM은 첫 솔로 EP <Eyez in the drawer>를 발매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EP 제작비를 마련하던 중, 일찍이 QM을 눈여겨본 래퍼 딥플로우가 제작비 일부를 후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 16일 그의 정규 1집 <WAS>가 발매되었고, 이 앨범은 힙합커뮤니티를 뒤집어놨다. ‘QM이 누구냐’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래퍼다’ ‘역대급이다’ 등 이 앨범과 래퍼에 대한 이야기가 커뮤니티를 달궜다. QM은 <WAS>에서 한국형 컨셔스 랩(Conscious Rap: 사회 문제, 정치 이슈 등을 다루는 고발적 성격을 띠는 랩)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관련 ‘리드머’ 인터뷰) 정말 음악으로만 이슈를 낳고 잠재력을 터뜨린 래퍼 QM의 등장이 반갑다.
QM ‘지뢰밭’ 사운드클라우드
pH-1
pH-1(피에이치원)은 작년 10월 공식적인 첫 싱글 <Wavy>를 발표한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편안하게 듣기 좋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세련된 음악 스타일은 금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5월 pH-1은 박재범과 차차말론이 설립한 하이어뮤직(H1GHR MUSIC)의 멤버가 되었다. 유능하고 신선한 아티스트들이 모인 레이블에서 그는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pH-1의 음악은 어렵거나 심각하지 않다. 맘 가는 대로 몸 움직일 수 있는 노래, 가볍고 밝다. 올해 10월 18일, pH-1은 첫 EP <The Island Kid>를 냈다. 그는 이 앨범에 자신의 경험과 밝은 무드를 가득 담았다. 물론 힘든 일도 많은 인생이지만 삶은 결국 ‘도넛처럼 달콤(My life is sweet like donut)’하다 노래하는 pH-1. 휴일을 앞둔 날 밤, 맥주 한 캔 까며 들으면 어울릴 음악이다. 긍정적 에너지로 가득 찬 이 래퍼를 환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