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를 왜 사나요, 에 대한 대답으로, 유독 2016년을 기념할 만한 세 곳의 레이블을 꼽았다. 들어보고 만져보면 더 사고 싶다.

 

Dark Entries

일 년에 한두 번 드문드문, ‘한정판’ 딱지를 붙인 소량을 발매시켜 레코드를 재빨리 품절시킨 뒤 사람들을 안달 나게 하는 것. 구매욕을 자극하고 ‘힙’한 방식으로 이름을 떨치는 데 그만한 요령이 없겠으나, Dark Entries는 그런 일에는 일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캘리포니아식 너그러움인지도 모르겠으나, 샌프란시스코의 이 ‘절판되거나, 미발매작이거나, 현대적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발매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레이블은 매년 부지런히 카탈로그를 쌓아갈 뿐이다. 2009년 출범 이후 2016년까지 무려 143장의 싱글과 LP, 신보와 재발매를 두루두루 쏟아냈으며, 그중 2016년에만 35장(!)을 내놓았다. 새롭게 디자인한 커버와 공들인 리마스터링과 더불어. 덕분에 이탈로 디스코의 ‘다크’한 면을 새롭게 발견했고, 뉴웨이브와 포스트 펑크를 그 곁에 둘 수 있게 됐으며, 레코드는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아니라 자주 꺼내 듣는 것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Bill Converse 'Between Electrons'
Ghibli 'I'm Looking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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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ing Bin Records

2016년 Growing Bin Records가 발매한 Krakatau(재즈 훵크), Shy Layers(일종의 신스 팝), Bartosz Kruczynski와 Wilson Tanner(앰비언트)의 음반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듣기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지 리스닝’이라는 용어가 때로 부적절하게 들리긴 해도, 새로 나오는 레코드로 한정하자면 그런 음반을 찾기가 얼마나 힘든가도 잘 알고 있다. 레코드가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감상의 주요 매체가 아닌 지금의 환경에서, 이 음악을 들으면서 편히 쉴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이 음악은 결코 지루하거나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식이 레이블을 알리기에 더욱 효과적일 테니. 여전히 테크노의 물결이 거센 베를린보다 북유럽에 가까운 함부르크의 이 점잖은 레이블은 2013년 닻을 올린 뒤, 지금까지 그렇게 천천히 음반을 만들어왔다. 마냥 느긋한가 싶지만, 올해 나온 네 장의 발매작 모두 해당 뮤지션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음반이라는 공통점에선 무엇보다 새로울 것, 이라는 단순하고 꼿꼿한 지향점이 엿보인다. 편하다고 소파에 온몸을 파묻는 대신, Wilson Tanner의 ‘Sun Room’라는 곡명처럼, 창문을 활짝 열고 적극적으로 일광욕하는 기분으로 듣기에 적절하다.

▲ Shy Layers ‘SEG’

 

▲ Wilson Tanner ‘Sun room’ 

Growing Bin Record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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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thenticity / S.O.N.S

더 이상 레코드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익숙한 물건이 아니고, 그만큼 경험이라는 요소가 크게 개입한다. 만져봤느냐, 직접 봤느냐, 그리고 들어봤느냐. 특히나 바늘을 올리면 올린 그 자리(소리골)에서 곧장 소리가 나고, 물리적으로 조절하는 대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체 왜 이 크고 불편한 매체로 음악을 듣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Rawthenticity와 S.O.N.S는 서울에서 Dude F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의 레이블이다. 대개 Rawthenticity에서는 딥 하우스에 가까운 곡을, S.O.N.S의 이름으로는 테크노/애시드를 아우르는 곡을 내놓는다. 그는 2016년 두 레이블에서 각각 한 장씩의 레코드를 제작했고, (Rawthenticity는 비록 프랑스에 적을 두고 있으나) 직접 프로듀싱한 <Shinjuku One Night Stand>의 경우 2016년 10월 클럽 Deviate에서 발매 기념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히 파티 당일, 레코드를 판매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한 경험이야말로 ‘로컬’ 소비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터. 작년 Clique Records에서 진행한 <Jongno Edits Vol.2>(로컬 레이블은 아니지만, 한국 가요를 대상으로 삼은 에디트 레코드를 서울에서 선보였다는 점에서) 릴리즈 파티와 클럽 Faust에서 1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레코드 또한 의미 있는 성과다.

S.O.N.S. 'Acid Dreams'(Trance Jungle Mix)
Bastien Carrara 'Throw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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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유지성은 [GQ Korea]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매달 음악 관련 기사를 쓰고 음악가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Jesse You라는 이름의 디제이이기도 하다. 레코드를 사고 듣고 플레이하며, 클럽 피스틸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Playlists’를 비롯해 ‘Codex’, ‘Downtown’, ‘East Disko Wav’ 등의 파티/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Boiler Room Seoul’에 출연했으며 암스테르담의 ‘Red Light Radio’, 방콕의 ‘Studio Lam’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Four Tet의 팬이다.
Jesse You의 Mix 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