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은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정신은 하나의 파동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이 제창한 ‘집단무의식’과, 정찰 비행 중 실종된 생텍쥐베리가 말했던 이상한 주파수에 관한 이야기를 섞어 만든 가상의 정신 파동 ‘공유의식권’에 관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포커페이스 걸> 

Pokerface Girlㅣ2012ㅣ감독 김건ㅣ20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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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어느 날, 언니(김꽃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민선’(김빛나리)은 웃음을 잃는다. 이후 민선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상황에도 웃지 않는 '포커페이스 걸'이 되어버린다. 과학 선생님이 전파에 관한 수업에서 ‘공유의식권’을 설명하는 사이, 민선의 시선은 같은 반 친구 ‘윤솔’(임지연)에게 향한다. 우연히 윤솔과 마주친 민선은 공유의식권의 주파수를 듣게 된다. 마침 오늘이 특별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라 말하는 윤솔은 민선을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 영문도 모른 채 무언가에 이끌리듯 따라간 곳에서 민선은 묘한 상황을 경험한다. 그 모습은 넌지시 영화의 내레이션을 상기시킨다.

단편영화 <포커페이스 걸>은 ‘공유의식권’이라는 환상적인 소재를 SF 효과로 참신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민선을 맡은 김빛나리, 언니 역으로 특별출연한 김꽃비, 윤솔을 맡은 임지연, 과학 선생님을 맡은 허정도 같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자칫 생소해 보일 수 있는 SF 영화를 매끄럽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김건 감독은 <포커페이스 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직접 그래픽까지 작업하며 남다른 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SF 영화가 흔하지 않은 국내 영화계에서 <포커페이스 걸> 같은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작년에는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웹 드라마 <멈추지 마>로 더욱 완성도 높은 구성과 시각 효과를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배우 김강우, 김상중, 주원이 출연한 웹 영화 <특근>을 연출했다. <특근>은 괴생명체를 둘러싼 특수 요원들의 반격과 사투를 그린 SF 추격액션 블록버스터로, 현재 동명의 웹툰으로도 제작 중이다. SF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건 감독을 곧 장편영화로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메인 이미지 <포커페이스 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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