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이라는 말은 이제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해외 뮤직비디오에서 발견한 한국의 이미지들은 여전히 낯설고 신선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재미있다. 갑자기 어색해 보이는 한글 텍스트부터,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서울의 길거리까지. 다양한 국적의 뮤지션들이 선보이는 ‘KOREA’의 장면을 감상해보자.

 

will.i.am, Nicki Minaj ‘Check It Out’ MV (2010)

2010년 공개 당시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놀라움과 웃음을 자아낸 뮤직비디오. 세계적인 뮤지션 블랙 아이드 피스의 멤버 윌아이엠과 역시 한창 떠오르는 힙합 뮤지션 니키 미나즈가 부른 이 곡은 단연 한글을 도배한 영상으로 주목을 모았다. 윌아이엠과 니키 미나즈가 나란히 서서 안무를 선보이면, 영어 가사를 직역한 큼지막한 한글 가사들이 배경을 채운다. 영락없는 미국 뮤지션의 노래에 등장하는 한글은 어딘가 촌스럽고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뮤지션들의 표정과 오묘하게 어우러져 폭소를 자아낸다. 국내와는 다르게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선하고 참신한 영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라나 델 레이, 마룬5, 에미넴, 블랙 아이드 피스 같은 톱스타들의 뮤직비디오와 다양한 브랜드 광고를 맡아온 한국계 미국인 리치 리(Rich Lee) 감독이 연출했다.

 

Empire Of The Sun ‘Celebrate’ MV (2015)

이번엔 한글뿐만 아니라 아예 한국을 배경으로 찍은 영상이다. 호주 출신 그룹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이 2015년 공개한 ‘Celebrate’의 뮤직비디오다. 비디오의 촬영지는 바로 서울. 광화문부터 지하철, 을지로의 재래시장까지 서울 곳곳의 풍경이 알록달록한 고딕체 한글 가사와 함께 펼쳐진다. 그룹의 멤버 루크 스틸(Luke Steele)은 이상한 옷을 입고 서울의 거리를 누비며 초능력을 쏘아 댄다. 앞서 소개한 윌아이엠의 뮤직비디오와는 사뭇 다르게, 이상한 차림새의 외국인과 한국적 이미지를 촌스럽게 엮어 제대로 웃기려고 작정한 것 같다. 이 뮤직비디오는 2014년 울트라뮤직페스티벌코리아를 통해 내한했을 때 찍은 것이다. 한편,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은 항상 비범하고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들의 다른 뮤직비디오에 비하면 이 영상은 차라리 양반이다.

 

OneRepublic ‘Wherever I Go’ MV (2016)

미국에서 실력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자리 잡은 한국계 미국인 조셉 칸(Joseph Kahn) 감독도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한 편 선보였다. 1990년대부터 해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온 조셉 칸 감독은 대표적으로 에미넴의 ‘Without Me’ 뮤직비디오로 2002년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비디오상을 거머쥐었고, 현재까지도 브리트니 스피어스, 테일러 스위프트, 보아 같은 뮤지션들의 영상을 도맡고 있다. 그는 미국의 모던록 밴드 원리퍼블릭의 뮤직비디오에서 전과는 달리 한국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국 직장인의 무기력한 일상을 묘사하는 듯 시작하는 영상에는 한국계 배우 케네스 최(Kenneth Choi)가 컵라면, ‘자갈치’ 과자, 한국어 크레딧과 함께 코믹하게 등장하며 명확히 한국적 소재를 드러낸다. 다만, 어색하게 집어넣은 한국어나, 애니메이션 때문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국적 불문의 영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Erlend Oye ‘Garota’ MV (2014)

이번에는 웃음기 없이 감성적인 모습의 한국을 담은 해외 뮤지션을 소개한다. 노르웨이 인기 밴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멤버이자 독일 밴드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보컬로 활동한 얼랜드 오여는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뮤지션이다. 한때 혁오 밴드의 오혁이 좋아하는 뮤지션으로도 소개되어 더욱 주목받은 얼랜드 오여는 이미 수차례 내한 공연을 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쌓아왔고, 2014년에는 ‘Garota’ 뮤직비디오를 통해 특별한 인연을 몸소 소개했다. 배우 이하나와 얼렌드 오여가 서울을 배경으로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실제로 뮤지션과 팬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인연을 계기로 제작되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포르투갈어로 소녀라는 뜻을 지닌 곡 ‘Garota’는 이국적인 멜로디와 서울의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로맨스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Sioen ‘Hongdae’ MV (2015)

벨기에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은 가히 ‘친한파’ 뮤지션으로 불린다. 국내 음반기획사인 칠리뮤직코리아 소속 뮤지션으로, 2012년경부터 국내에서 다양한 공연과 앨범작업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국내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서울과 벨기에를 오가며 2차례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펼쳤고, 올해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전 멤버 성기완과 함께 브뤼셀 테러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내용의 곡 ‘Strange Days’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시오엔의 한국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 바로 'Hongdae', 말 그대로 ‘홍대’를 노래한 곡이다. 세 번째 정규 앨범 <Man Mountain>(2015)의 타이틀 곡으로 실린 ‘Hongdae'는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양한 홍대의 모습을 표현한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홍대에 사는 친구 집에 머물던 시오엔은 홍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뮤직비디오에서 소주와 맥주를 곳곳에 올려놓고 홍대 놀이터, 클럽데이 같은 단어를 노래하는 시오엔 밴드를 감상해보자. 노래 가사마저 친절하게 번역해 분홍색 한국어 자막으로 넣은 비디오에서 누구보다 홍대를 제대로 즐기는 뮤지션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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