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나르코스(Narcos)>는, 한때 세계 1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 1949~1993)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흥미를 끌었다. 제작진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의 근거지였던 메데인(Medellin)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을 강행하기도. 시즌 2에서는 은신처에서 경찰의 총에 숨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그가 사살됐을 때의 기록 사진과 장소부터 인물들의 복장과 표정, 구도까지 똑같아 진정한 ‘하이퍼 리얼리즘’을 꾀했다.

드라마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사살되는 장면

<나르코스>에서 에스코바르 역을 맡은 와그너 모라(Wagner Moura)는 브라질의 인기 배우다. 콜롬비아에 장기간 머물며 촬영에 임한 그는, 에스코바르의 마지막 사망 장면을 연기할 때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역대 할리우드의 갱스터 영화에서도 실존 인물에 관한 사실성을 최대한 살린 영화가 많고, 이런 리얼리즘에는 연기파 배우의 자질도 한몫했다. 이들은 실존 인물의 행적을 연구하는 등 리얼리즘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언터쳐블>(1989)- 알 카포네 역의 로버트 드 니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대, 시카고 지역의 보스로 군림했던 알 카포네(Al Capone, 1899~1947)와 그를 체포했던 재무부 수사관 엘리엇 네스(Eliot Ness)의 실화를 근거로 만든 영화다.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는 카포네가 즐겨 찾던 양복점과 속옷을 수소문하여 같은 옷으로 맞춰 입었고, 뚱뚱하게 보이기 위해 뱃속에 베개를 쑤셔 넣고 촬영했다. 영화 중 잔혹하게 부하를 살해하는 장면은, 1927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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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시>(1991)- 벅시 시걸 역의 워렌 비티

잘 생긴 유대인 갱의 대명사 벅시 시걸(Benjamin Bugsy Siegel, 1906~1947)은 악명높은 히트맨(살인 청부업자) 출신으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사업에 손대 1946년 플라밍고 호텔을 개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듬해 보스들과 이견이 생기면서 연인 버지니아 힐(Virginia Hill)의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수발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워렌 비티(Warren Beatty)는 이전부터 ‘벅시’ 캐릭터에 매료되어, 자신이 직접 버지니아 힐 역의 배우 캐스팅에 나서 무명의 아네타 베닝을 뽑았고, 둘은 결혼에까지 이른다.

영화 후반의 사망 장면은 당시 실제 보도내용과 거의 흡사하게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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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스쿼드>(2013)- 미키 코헨 역의 숀 펜

L.A 최대 범죄조직의 보스 미키 코헨(Mickey Cohen, 1913~1976)은 벅시 시걸의 부하로 일하며 거물로 성장하였으며, 벅시가 살해된 후 암살자를 찾는다며 호텔 로비를 기관총으로 난사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권투 선수 시절 상대의 귀를 물어뜯어 마이크 타이슨의 롤 모델이었다고도 한다. 코헨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숀 펜(Sean Justin Penn)은 권투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고, 지나치게 분장을 해서 만화 캐릭터 같다는 비난도 있었다. 실제 코헨의 내려앉은 코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보철로 본을 떠서 붙였다고 한다.

<갱스터 스쿼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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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1995)- 토니 스필로트로 역의 조 페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작 <카지노>에서 프랭크 로젠탈(로버트 드 니로)보다 카리스마 넘쳤던 캐릭터가 극 중 ‘니키’로 불린 토니 스필로트로(Tony Spilotro, 1938~1986)였다. L.A 지역에서 암약하던 ‘Hole in the Wall Gang’이란 무장강도단의 수괴였고, 라스베이거스의 마피아 소유 카지노의 이권을 보호하던 역할을 맡았으나, 그의 돌출 행동에 부담을 느낀 보스들의 결정으로 살해되었다. 조 페시(Joe Pesci)와 토니 스필로트로는 실제로도 매우 닮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촬영할 당시, 실제 토니를 본 적이 있는 카지노 관계자들은 조 페시를 보고 공포에 질려 기절할 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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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뉴욕>(2003)- 빌 더 부쳐 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19세기 뉴욕에도 갱이 실존했음을 실감하게 한 영화가 <갱스 오브 뉴욕>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 Lewis)가 연기한 빌 더 부처 커팅(Bill the Butcher)은 당시 맨해튼 남부의 Five Point 지역 갱단 ‘바우어리 보이즈(Bowery Boys)’의 두목 윌리엄 풀(William Poole, 1821~1855)을 소재로 했다. 연기 대상에 대한 세밀한 연구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도 철저했다. 거구의 푸줏간 주인이고 칼을 잘 던졌다는 실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서커스맨 두 명을 고용하여 칼 던지는 법을 배웠고, 몇 주 동안 푸줏간에서 가축을 해체하는 법을 배우고 체험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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