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처럼, 아니 흩날리는 벚꽃처럼 세상 위로 아름답게 흩뿌려진 음악들. 세 장의 미니 앨범을 발표하고 마침내 정규 1집으로 돌아온 밴드 혁오부터 4년 만에 돌아온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대표주자 화나(Fana), 이름처럼 달달한 음색의 슈가볼과 청춘의 기운이 돋보이는 밴드 위아더나잇, 바이 바이 배드맨까지. 놀라운 퀄리티와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들의 신보를 소개한다.

 

 혁오 <23> (2017.04.24)

혁오 ‘Wanli万里’ MV

혁오의 정규 1집 <23>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위잉위잉', '와리가리'에서 좀 더 나아가 새로운 구성과 다양한 스타일을 아낌없이 녹인 앨범이다. 멜랑콜리한 감성이 짙게 드리운 ‘지정석’이나 그 뒤로 이어지는 ‘Simon’, 몽환적인 도입부에 반전을 갖춘 'Jesus Lived in a motel room' 같은 곡들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타이틀곡 ‘가죽자켓’이나 유려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2002WorldCup’ 는 혁오가 그동안 구축해온 또렷한 개성이 살아 숨 쉰다. 청춘의 좌절과 외로움, 방황, 부끄러움이 담긴 가사들은 'Tokyo Inn'처럼 컨트리나 트위스트를 연상시키는 흥겨운 리듬 안에서도, 'TOMBOY'처럼 포근한 감성이 담긴 발라드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한 가지 색깔만 고집하지 않는 밴드 혁오의 가능성이 여러모로 돋보이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슈가볼 <Second Date> (2017.04.24)

슈가볼 ‘Second Date’ MV

올해 1월과 3월에 싱글 앨범 <두려워질만큼>과 <우리가 우리였을 때>로 짙은 발라드 감성을 보여준 슈가볼의 새 앨범. 싱글 곡 ‘Second Date’는 두 번째 데이트를 뜻하는 만큼 기분 좋은 설렘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하기 좋은 비트와 멜로디, 슈가볼 특유의 달달한 감성이 느껴지는 가사. 특히 이번 곡은 힙합 음악 뮤지션들의 프로듀싱을 맡아 온 프로듀서 김박첼라가 작곡과 편곡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두 남녀의 떨리는 데이트를 포착한 뮤직비디오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한다. 

 

위아더나잇 <깊은 우리 젊은 날> (2017.04.25)

위아더나잇 ‘깊은 우리 젊은 날’ MV

'별, 불, 밤', ‘티라미수 케익’ 등 그동안 담백한 신시사이저가 돋보이는 곡으로 주목받은 일렉트로닉 팝그룹 위아더나잇. 이들이 EP 앨범 <녹색광선>(2016) 이후 긴 동면기를 거쳐 내놓은 싱글 앨범 <깊은 우리 젊은 날>은 마음속에 한 장의 페이지로 남을 청춘을 노래한다. 이전보다 발라드 느낌이 한층 짙어졌지만, 감수성을 더하는 피아노 선율과 후렴구에 이르러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편곡이 위아더나잇만의 감성을 드러낸다. 특히 본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 간 노랫말은 청춘이 '기쁜 우리 젊은 날'이기엔 너무 버겁지만 그럼에도 '다 괜찮다'고 말하며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화나(Fana) <FANACONDA> (2017.04.26)

화나(Fana) ‘POWER’ MV

힙합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의 대표 주자, 화나(Fana)가 4년 만에 3집 앨범 <FANACONDA>를 발표했다. 긍정적인 메시지와 밝은 분위기가 대다수였던 2집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심오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현 힙합 신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득 녹였다. 동일자음 구조로 딱딱 떨어지는 라임과 목을 긁는 독특한 목소리는 힙합을 대하는 화나의 다부진 신념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피아노, 기타부터 태평소, 해금, 브라스 같은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멜로디에서는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김박첼라의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느낄 수 있다.

 

바이 바이 배드맨 <너의 파도> (2017.04.29)

바이 바이 배드맨 ‘Colin’ MV

젊고 세련된 밴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바이 바이 배드맨의 신보. <너의 파도>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서브 레이블 '피치스 레이블'에서 나온 첫 번째 앨범이자, 바이 바이 배드맨이 지난해 발표한 싱글 <GENUINE>(2016)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EP 앨범이기에 팬들에겐 더욱 반갑다. 타이틀곡 ‘Colin’은 Beach House, Yeah Yeah Yeahs 같은 해외 밴드의 프로듀서인 Chris Coady와 함께 작업한 곡으로 밴드만의 청량함이 돋보인다. 바이바이배드맨의 초창기 스타일을 보여주는 ‘너의 파도’ 역시 잔잔한 감성에 과하지 않은 연주를 더했고, 마지막 트랙 ‘Best Friends’에서도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담담한 보컬과 절제된 연주로 이번 EP의 전체적인 사운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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