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누구나 오르골(Orgel)이라 불리는 뮤직박스를 하나쯤 가져봤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손으로 태엽을 감으면 원통에 새겨진 악보에 따라 추억 어린 음악이 자동으로 연주된다. 오르골은 14세기 벨기에 브뤼셀의 니콜라스 시계탑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18세기말 스위스의 시계 장인이 소형화에 성공한 물건이다. 얼마 전 스웨덴의 빈터가탄(Wintergatan)이라는 포크트로니카(Folktronica, 포크와 일렉트로닉의 합성어) 밴드가 더욱 정교해진 뮤직박스를 제작하여 연주 영상을 공개하였다. 2017년 3월 1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2년 만에 1억 조회수를 기록했고 8만 건 이상의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Wintergatan 'Marble Machine)

이 뮤직박스는 사람의 손으로 동력을 만들어 2천개의 쇠구슬(steel marble)을 상단으로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쇠구슬은 정교하게 디자인된 튜브를 통해 지정된 위치로 떨어져 비브라폰(vibraphone), 베이스 기타, 심볼, 킥드럼(kick drum), 하이햇(high hat), 스네어드럼(snare drum)의 6가지 악기 소리를 낸다. 악보는 두 개의 물레바퀴에 기록되어 쇠구슬의 동작을 제어하며, 이론적으로 수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이다. 이 기계는 현재 몇 군데 파손되어 해체 후 ‘Marble Machine X’라는 이름으로 소형화되고 더욱 정교한 블랙박스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3년 데뷔 당시 빈터가탄의 연주 모습

2013년 스웨덴에서 결성된 빈터가탄은 동명의 데뷔앨범과 이어진 싱글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린 4인조 음악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포크트로니카’ 또는 ‘실험음악(Experimental Pop)’으로 분류되는데, 포크트로니카는 2000년 영국에서 시작된 서브 장르로, 다양한 전자악기를 이용해 정겨운 포크 음악을 연주한다. 영상에서 화제의 뮤직박스를 연주하는 마틴 몰린(Martin Molin)은 그룹의 비브라폰 연주자로, 2014년 말부터 기계의 설계와 제작을 주도하였다. 그는 온라인으로 제작 과정을 계속 공개하였는데 그중 하나를 감상해 보자.

Prologue #4 Musical Marble Machine

 

빈터가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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