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에서는 매년 다양한 영상 시리즈를 만든다. 케이트 블란쳇, 오프라 윈프리 등이 출연한 초단편 영화 시리즈 <Making a Scene: 11 Performances>(2013)나 배우들의 색다른 키스신을 담은 <Great Performers: 9 Kisses>(2014), 무중력을 테마로 한 <Take Flight: Great Performers>(2015)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2012년 작품인 <Touch of evil> 시리즈는 게리 올드만, 조지 클루니, 라이언 고슬링 같은 유명 배우들이 각각 영화 속 악당 캐릭터를 재현하며 화제를 끌었다. 독특한 점은 배우들이 어떤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것. 지금부터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하면서 영화 속 캐릭터를 추측해보자. 

 

<Touch of evil> 브래드 피트 편

먼저, 영화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Brad Pitt)의 영상이다. 화면에는 브래드 피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묘한 인상을 주는 한 남자가 있다. 한 번의 눈 깜빡임도 없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은 꿈에 나올까 싶을 정도로 섬뜩하다. 댓글에 따르면 그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공포영화 <이레이저 헤드>(1997)의 주인공 헨리를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브래드 피트는 앞서 <월드워Z>(2012) 주인공으로 분해 2014년 MTV영화제 최고의 공포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Touch of evil> 게리 올드만 편

우리에게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나이트>(2008~2012) 시리즈의 짐 고든 형사로 잘 알려진 배우 게리 올드만(Gary Oldman). 그는 베테랑 연기자답게 시리즈 가운데 가장 완벽한 분장으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마치 살아있는 인형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은 어디까지가 분장이고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그는 리차드 아텐보로 감독의 영화 <Magic>(1978)에 나오는 마술사이자 복화술사 코키를 연기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마지막 미소가 소름 끼치게 다가올 것이다.

 

<Touch of evil> 제시카 차스테인 편

영화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미스 슬로운>(2016) 등으로 강인하고 지적인 인상을 심어준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Jessica Chastain). 그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을 재현했다. 댓글에는 그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항>(1965)에서 남자를 증오한 주인공 캐롤을 연기한 건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1976)에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 캐리를 연기한 건지를 두고 분분한 의견이 오갔다. 눈을 가까이서 클로즈업 한 장면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항> 오프닝과 유사하며, 후자 캐릭터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역할로 악인보다는 피해자에 가깝다는 입장이 많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항>(1976) 오프닝 장면. 1970년대 샤넬 No.5의 얼굴이었던 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캐롤을 맡았다

 

<Touch of evil> 커스틴 던스트 편

<마리 앙투아네트>(2006), <멜랑콜리아>(2011)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출연한 영상은 후반부에 이르러 섬뜩한 반전을 보여준다. 그는 1981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한 전설의 영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46)의 주인공 코라 스미스를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서는 사과 대신 주인공의 립스틱이 굴러가되, 비슷한 구도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Touch of evil> 시리즈를 검색하면 루니 마라, 미아 와시코브스카, 비올라 데이비스, 장 뒤자르댕 등이 출연한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1분 내외로 이뤄진 영상에서 이들이 각각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는지 추측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인 이미지- 뉴욕타임스 매거진 'Touch of evil' 시리즈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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