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은 놈>

Good For Nothingㅣ2011ㅣ감독 한종훈ㅣ14분ㅣ출연 이준혁, 라미란

한 노숙자(이준혁)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뒤져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고는, 도심 한복판을 절뚝이며 걸어간다. 정처 없이 거리를 누비던 남자는 우연히 옛 연인(라미란)과 마주치고, 쫓기듯 자리에서 도망친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려 빈 건물로 숨어든 남자는 그제야 숨을 돌리고 흐느끼기 시작한다.

단편영화 <거지같은 놈>

초반에 영화는 남들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고, 쓸모없는 물건을 챙기는 등 우리가 단편적으로만 보아왔고, 알고 있던 노숙자의 모습들을 비춘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피아노 강사모집 전단지 앞에 우뚝 멈춰선다든가, 우연히 만난 옛 애인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치는 행동 따위다. 이같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생소한’ 그림들을 통해 영화는 노숙자 내면에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메시지를 전한다.

<거지 같은 놈>은 십여 분 동안 장면 전환 없이 긴 호흡으로 촬영했다. 자칫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롱테이크 기법이지만, 배우 이준혁의 단단한 에너지와 밀도 있는 연기는 관객을 단숨에 빨아들인다. 중간에 짧게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 라미란의 얼굴도 반갑다. 2011년 제1회 고양원테이크영화제에 출품해 남자 연기상을 받았으며, 제5회 상록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메인 이미지 출처- <거지 같은 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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