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표 각본가로 손꼽히는 토마스 비더게인이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들을 삶이란 이름의 진흙탕에서 혹독하게 뒹굴도록 한 다음,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고통, 타인과의 교감에 맺힌 희망으로 뒤섞인 심연에 비춘다. 일견 잔인하지만, 힘이 센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위대하지 않은 인물의 인생을 한 편의 그리스 비극처럼 엄숙한 무게감으로 새겨내는 토마스 비더게인의 연출 데뷔작과 각본가로서의 지난 영화, 특히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 함께 한 작품을 톺아본다. 그가 써 내려 간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나의 딸, 나의 누나>

Les Cowboys ㅣ 2015 ㅣ 감독 토마스 비더게인 ㅣ 출연 프랑소아 다미앙, 피네건 올드필드

마을 축젯날, ‘켈리’라는 소녀가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아버지 ‘알랭’(프랑소아 다미앙)과 남동생 ‘키드’(피네건 올드필드)는 딸이자 누나를 찾아 나서지만, 소녀의 행방을 알아낼 수가 없다. 소녀를 찾기 위한 여정은 15년간 계속되고, 그동안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특히 아들 ‘키드’는 친구도, 교육도, 평범한 소년이라면 마땅히 누렸을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 오직 아버지의 목표를 위해서만 살아간다. 게다가 마침내 마주하게 된 진실은 충격적이다. 결국, 용서와 포용을 선택하는 인물의 결단이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초청되어 “당신을 뒤흔들고 놓아주지 않을 영화”(<Rolling Stone>)란 극찬을 받았다.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가 제작에 참여하여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3월 23일 대개봉.

영화 <나의 딸, 나의 누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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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판>

Dheepan ㅣ 2015 ㅣ 감독 자크 오디아르 ㅣ 출연 제수타산 안토니타산, 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한 남자(제수타산 안토니타산). 그는 브로커에게 ‘디판’이란 이름의 신분증을 산다. 가짜 이름 ‘디판’을 가진 남자는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 위해 가짜 부인, 가짜 딸과 함께 가짜 가족을 이룬다.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해가며 일상을 찾아가는 듯한 세 사람이 선택한 보금자리는 그러나 하필 갱단의 지배 아래에 있고, 전쟁을 피해 도망 온 디판은 그저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해야만 한다. 주연을 맡은 제수타산 안토니타산이 실제 스리랑카 반군 출신의 난민이란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작품. 제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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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앤 본>

Rust & Bone ㅣ 2012 ㅣ 감독 자크 오디아르 ㅣ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활기 넘치는 삶을 살아가던 조련사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범고래에게 두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한다. 세상을 피해 어두운 방에만 숨어 지내던 그는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마주쳤던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를 기억해낸다. 알리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내기 격투기장을 전전하며 투견 같은 삶을 사는 삼류 복서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삶의 감각을 일깨워주고, 함께 삶을 재건해간다. 제6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제70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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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A Prophet ㅣ 2010 ㅣ 감독 자크 오디아르 ㅣ 출연 타하르 라힘, 닐스 아르스트럽

고작 열아홉 살의 나이에 6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입소한 ‘말리크’(타하르 라힘). 덩치만 컸지 어리바리한 그는 곧바로 감옥 내 ‘거물’들의 주목을 받는다. 마침 교도소는 코르시카계 갱단과 이슬람계 갱단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말리크는 이들의 싸움 말이 되어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그때부터 온전히 감옥의 일원이 된 그에게 교도소는 교육과 우정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이 자신을 부리던 갱단의 보스를 넘어설 만큼 자신만의 세계를 이룩해가는 과정을 그린 범죄 느와르 영화이자 성장 드라마. 토마스 비더게인의 첫 장편 각본으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각본가로서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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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이미지 출처=<나의 딸, 나의 누나>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