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간단한 손동작으로 그림자 놀이를 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물건들이나 폐품들을 조합하고, 여기에 빛을 비추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림자 예술’(Shadow Art)라고 부르는 예술 장르를 개척한 다섯 명의 실험적인 예술가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들의 홈페이지나 유튜브 영상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빈센트 발(Vincent Bal)

벨기에 겐트(Ghent) 출신의 저명한 영화감독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과 자신의 낙서나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하여 그림자 미술을 창작한다. 그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중 테이블 위의 찻잔 그림자가 코끼리처럼 보이자, 그 위에 자신의 그림을 덧붙여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만든 첫 작품을 SNS에 올렸다가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자, 이를 그림자학(Shadowology)이라 부르면서 2016년부터 인터넷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작품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고, 이제는 영화감독과 예술가를 겸하게 되었다. 올해 초에는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95만 명을 넘어섰다.

<Artist Makes Art with Shadow Drawings> by Art Insider

 

존 문티안(John Muntean)

존 문티안은 시카고 대학의 화학 박사를 취득하고 리서치 전문 과학자로 일하다가 분광기(Spectroscope)에 비치는 그림자의 다채로운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추상적인 형태의 조형물에 빛을 비추었을 때, 벽면에 여러 형상이 드러나는 예술품을 만들어, 이를 ‘마술의 각도 조각품’(Magic Angle Sculpture)이라 불렀다. 현재도 시카고 대학 산하의 국립 연구소에서 과학자로 일하면서, 취미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고 블록이나 점토, 또는 나무를 주로 활용한다. 여러 각도에서 조형물에 빛을 비추고, 다양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작품을 만들어, 디자인 잡지와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Shadow Art Sculptures by John Muntean>

존 문티안 홈페이지

 

쿠미 야마시타(Kumi Yamashita)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의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단순한 물건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야마시타는 한가지 표현 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 만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했는데, 물체에 그림자를 비추어 전혀 다른 객체를 표현해 내거나, 수많은 못을 실로 연결하여 인물화를 표현하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특히 여러 가지 숫자나 도형, 또는 쓸모없어 버린 물건들을 모아 특정 방향으로 비추어 각별한 의미를 지닌 그림자로 표현하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Amazing Shadow Art by Japanese Artist Kumi Yamashita>

쿠미 야마시타 홈페이지

 

팀 노블 & 수 웹스터(Tim Noble & Sue Webster)

두 영국인 예술가는 같은 예술학교에 다니다가 음악에 대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듀오로 활동하며 협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특정 이미지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품마다 유머가 담긴 고유 제목을 붙인다. 가령 첫 작품은 ‘Miss Understood & Mr. Meanor’(1997), 두 번째 작품은 ‘Dirty White Trash (With Gulls)’(1998)와 같은 방식이다. 주목을 받은 ‘British Wildlife’(2000)는 여러 마리의 동물 사체를 이용하여 작가 두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을 그렸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이자 동료로 지내다가 2008년이 되어서야 부부가 되었고, 2013년에 이혼과 함께 듀오 관계를 청산하였다.

<Tim Noble and Sue Webster – The Shadow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