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에 개봉하는 영화 <바비>(Barbie)의 예고편이 1개월 만에 3,600만 조회 수를 넘어서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함께 여름 극장가의 최고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그 동안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는 무수히 제작되었지만, 이번에는 할리우드 스타를 내세운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예전과 사뭇 다르다.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라이언 고슬링, 노아 바움백 등 심상치 않은 제작진과 출연진 면모도 그렇지만, 레고(Lego)에 이어 세계 2위의 완구회사 마텔(Mattel)의 CEO 이논 크리즈(Ynon Kreiz)가 회사를 마블(Marvel)과 같이 지적소유권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회사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구현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는 7월 21일 개봉 예정이며, 우리나라에도 주요 출연진들이 내한하여 개봉 분위기를 고조한 바 있다.

영화 <바비>(2023) 예고편

 

‘바비’와 ‘핫휠스’의 마텔

마텔(Mattel)은 194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사진 액자를 만들다가 같은 재료로 돌하우스(인형의 집)을 만들면서 완구 제조사로 변신했다. 그러다 1959년에 ‘바비’(Barbie) 인형, 1962년에 ‘핫휠스’(Hot Wheels) 미니카로 연이어 히트상품을 터뜨리면서 1년 매출 50억 달러(약 6조 원)을 넘어서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근래에는 해리 포터 브랜드 완구를 전 세계에 공급하였고, 피셔 프라이스(Fisher-Price) 등 대형 완구사의 인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2022년 기준 레고(Lego) 92억 달러에 이은 54억 달러의 매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완구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CEO가 연이어 교체되자, 2018년에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새 대표로 선임된 인물이 대형 미디어사 폭스 키즈 유럽(Fox Kids Europe)과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의 대표를 맡았던 이논 크리즈 사장이다.

마텔 완구상품의 산실 ‘Mattel Design Center’

 

이논 크리즈 사장의 전략

이스라엘 출신의 미디어 전문가인 그는, 마텔을 완구 제조사에서 지적소유권(Intellectual Property, IP)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는 흩어져 있는 IP를 모으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구성했고, 미라맥스에서 일했던 베테랑 프로듀서 로비 브레너(Robbie Brenner)를 마텔 필름즈(Mattel Films)의 수석 프로듀서로 영입하였다. 그들은 바비, 핫휠스, 마스터 오브 유니버스, 토마스와 친구들, 폴리포켓 등 도처에 흩어져 있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던 마텔의 IP 저작권을 모아서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착수하였다. 가장 먼저, 2009년에 소니 픽처스에 영화 제작을 맡겼지만 지지부진하던 <바비> 저작권을 회수하였고, 영화 제작을 맡길 적임자로 마고 로비(Margot Robbie)를 선택하였다. 그는 작가와 감독을 맡을 그레타 거윅을 추천하였고, 그레타 거윅은 단짝 노아 바움백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면서 최정예 팀을 구성하였다.

영화 <바비>에 삽입될 Dua Lipa의 ‘Dance the Night’

 

완구사와 미디어의 공생

완구회사가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통해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할리우드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다. 레고(Lego)는 영화 <해리 포터> 관련 상품 시리즈를 50여 건 이상 개발하여 매출을 견인하였고, 마텔의 경쟁사 하스브로(Hasbro)는 유니버설 영화사와의 6년 계약을 통하여 저물고 있던 트랜스포머 IP를 다시 살려 놓았다. 마텔 역시 고만고만한 패러디물에 그쳤던 ‘바비’ 애니메이션 대신, 대형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실사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마텔의 팀은 영화 <아이 토냐>(2017)에서 제작자와 주연을 맡아 능력을 보여준 마고 로비에 1,250만 달러(약 15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였고, 마고 로비는 다시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2019)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까지 맡은 그레타 거윅을 끌어들였다.

바비 상품인 ‘Barbie Dreamhouse’를 소개하는 마고 로비 영상

영화 <바비> 이후에는 J. J. 아브람스의 배드 로봇사와 손잡은 ‘핫휠스’ 프로젝트가 대기하고 있으며, 우주비행사 토이 맷 메이슨(Matt Mason)의 실사 영화에는 톰 행크스(Tom Hanks)가 주연을 맡기로 하였다. 빈 디젤(Vin Diesel)의 원레이스 필름과 유니버설 영화사와는 2인용 로봇 장남감(Rock ‘Em Sock ‘Em Robots)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 여름방학 최대 우량주로 부상한 첫 영화 <바비>가 마텔사의 첫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