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A24가 역대 최고의 콘서트 영화로 평가되는 <Stop Making Sense>(1984)의 판권을 사들여, 이를 4K 영화로 복원하고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했다. 후일 영화 <양들의 침묵>(1991)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 감독은, 당시 캠퍼스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4인조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3일간 할리우드 공연을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해 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40여 년이 지나 미국 재개봉을 앞두고 A24가 발표한 예고편 영상에는 ‘토킹 헤즈’의 리드 보컬이자 프론트맨이던 데이빗 번(David Byrne)이 중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세탁소에 맡겨 놓았던 예전의 통이 넓은 정장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던 왕년의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80년대를 상징하는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다니던 친구 세 명이 졸업 후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신에 진출하여 1974년에 결성한 4인조 밴드다. 데뷔 앨범 <Talking Heads: 77>(1977)을 내고 영국에서 건너온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하면서 1991년 해산할 때까지 뉴웨이브 계열의 정상급 밴드로 올라섰다. 그리 길지 않은 활동 기간이었지만 여덟 장의 정규 음반 중 네 장이 <롤링스톤>의 역대 500 앨범에 들 정도로 1980년대를 대표하던 밴드였으며, 특히 미국의 대학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대표곡은 ‘Psycho Killer’(1977), ‘Life During Wartime’(1979), ‘Once in a Lifetime’(1980)으로, 세 곡 모두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선정한 역대 톱 500곡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아트 스쿨 출신의 멤버들로서 각자 개성이 강하고 서로의 솔로 활동에 대한 불화가 확대되어 공식 해산하고 말았다. 2002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어 10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올랐으나, 일시적인 재결합에 그치고 말았다.
프론트맨 데이빗 번의 코믹 댄스
보컬리스트 겸 프론트맨이었던 ‘데이빗 번’은 밴드 해산 후 10장의 솔로 음반을 냈고, 영화, 연극, 시각예술,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활동을 넓힐 정도로 끼가 넘쳤다. 그는 고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아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러브상을 받았고, 그래미상 2회, 2021년에는 스페셜 토니상을 한 차례 받았다. 그는 토킹 헤즈 시절에도 코믹 댄스를 추며 다른 밴드와는 차별화된 무대 매너를 과시했는데, 그를 좋아했던 가수 장기하가 비슷한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영화 <Stop Making Sense>의 제목처럼 몸통과 바지통이 비상식적으로 넓은 옷을 입고 나와 마치 널어놓은 빨래가 춤을 추듯이 흐느적거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머리를 몸통 대비 조그마하게 하여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위해 특별히 큰 옷을 맞추었는데, 일본 공연 때 전통 가무극 ‘노’(Noh)의 의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학교 출신 답게 코믹 댄스 외에도 아트를 접목한 무대를 기획하여, 일부 평론가들은 이들을 아트 록(Art Rock)로 부르기도 했다. 데이빗 번은 최근에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24의 <Stop Making Sense> 재상영
A24는 아카데미 수상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3)을 제작하면서 데이빗 바이른과 인연을 맺었다. 영화에 수록된 음악 중 메인이 된 ‘This Is A Life’을 손 럭스(Son Lux), 미츠키(Mitski)와 함께 만들었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도 함께 올라 공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팀의 관심이 40여 년 전의 콘서트 영화 <Stop Making Sense>(1984)로 연결되어, 판권을 확보하고 4K로 편집하여 다시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녹음된 사운드트랙 전곡 역시 디지털로 전환하여 올해 8월에 40주년 기념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1984년에 9곡으로 출반했던 LP 음반은 빌보드 차트에 거의 2년 동안 머물렀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