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작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The Good Nurse, 2022)는 제시카 채스테인(Jessica Chastain)과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이라는 뛰어난 연기자 두 사람을 캐스팅하고도, 영화 전체 스토리가 엉성하고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10월 말에 공개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넷플릭스 영화 톱에 잠시 오르기도 했지만,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 대한 찬사를 제외하면 부자연스러운 대사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가 바탕을 두고 있는 실존 인물 ‘찰스 컬렌’(Charles Cullen)과 그가 저지른 범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나, 영화 제목을 왜 <그 남자, 좋은 간호사>라 했는지 관객들을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실제 일어난 ‘찰스 컬렌’ 사건에 비추어 영화의 주요 관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2022) 예고편

 

침묵의 간호사 살인자, 찰스 컬렌

배우 에디 레드메인(왼쪽)과 그가 연기한 실존 인물 찰스 컬렌(오른쪽)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찰스 컬렌(Charles Cullen)은 16년 동안 뉴저지 주의 아홉 군데 병원에서 일한 간호사였다. 그는 환자의 수액에 약물을 과다 투여하여 29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2003년에 체포되어 종신형이 선고되었지만, 실제로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는 수백 명에 이를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주위의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란 그는, 여덟 살의 나이부터 자살을 시도하였을 정도로 정신적인 상처가 깊었다. 군대 생활에도 적응이 쉽지 않았고, 제대 후 간호사가 되었으나 여전히 우울하고 불안정했다. 결혼하여 아이 둘을 두었으나 아내가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정도로 이상 행동을 보였다. 본인은 시한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그의 존엄성을 위해 범행했다는 주장도 했으나, 실제로는 희생자 중에는 완치가 가능한 환자들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가 왜 환자들을 살해했는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다큐멘터리 <Serial Killer: Charles Cullen>

 

살인 간호사의 동료, 에이미 루프렌

에이미 루프렌(왼쪽)와 그를 연기한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오른쪽)

제시카 채스테인이 연기한 간호사 ‘에이미’ 역시 가공이 아닌 실존 인물이며, 영화에서 세부적으로 묘사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었다. 자신이 근무하던 뉴저지의 병원에서 찰스 컬렌을 처음 동료로 만나 친분을 쌓았던 그는 경찰을 도와서 수사에 협력하였으며, 몸 안에 도청기를 부착하여 자백을 유도하기도 했다. 컬렌이 수감된 후에도 수차례 교도소로 그를 방문하여 그를 위로하였다. ‘에이미’는 실제로 심장병이 있기는 했으나,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장기이식 수술을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컬렌의 체포와 재판을 거치면서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생겨 직장을 그만 두었으며, 본 영화를 제작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추가 범행을 막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으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과 실제 인물 에이미 루프렌의 인터뷰

 

영리병원과 의료시스템의 부조리

원작 <The Good Nurse: A True Story of Medicine, Madness, and Murder> 표지

영화는 원작 다큐멘터리 <The Good Nurse: A True Story of Medicine, Madness, and Murder>(2013)를 참고하여 제목을 <그 남자, 좋은 간호사>(Good Nurse)라 붙였고, 찰스 컬렌의 범행보다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의 전반부는 힘들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간호사 ‘에이미’와 그를 돕는 ‘찰스 컬렌’의 선한 모습과 그들의 동료애에 중심을 두었다. 그리고 컬렌의 범행 동기나 그의 범행이 장기간 발각되지 않고 계속되었던 원인을 영리병원의 부조리에서 답을 찾는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소송을 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범행의 의심이 가는 간호사를 다른 사소한 이유를 들어 해고하여 내칠 뿐, 당국에 신고하거나 위험 인물에 관한 정보를 다른 병원과 공유하지 않았다. 병원의 리스크 매니저나 고문 변호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한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제시카 채스테인과 에디 레드메인의 인터뷰

어떤 기사에서는 영화의 각본가(크리스티 윌슨-케언스)와 감독(토비아스 린드홈)이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발달한 스코틀랜드와 덴마크 출신이므로, 상업성에 물든 미국 의료 시스템의 부조리를 확대해서 보았다는 황당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살인범에 관한 스릴러가 아니라, 두 사람의 연기파 배우를 앞세워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비극적인 드라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