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트레인의 음악적 후계자로 유명한 테너 색소포니스트 파로아 샌더스(Pharoa Sanders)가 지난 9월 2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1940년생인 그는 82번째 생일을 3주 앞두고 있었다. 20대 중반이던 1965년, 콜트레인의 밴드에 합류해 그의 마지막 2년을 함께 했고, 그에게서 물려받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음악을 계속 이어나가 2016년에는 NEA 재즈 마스터스 어워즈에서 수상하였다. 최근에는 영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로팅 포인츠’(Floating Points)와 협업하여 독창적인 앨범 <Promises>(2021)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이름을 올려 음악적 장르의 경계선을 무색하게 했다. 피치포크는 이 앨범을 두고 “분명히 노년의 걸작”이라 극찬했고, 타임지는 2021년 최고 앨범 10선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와 마지막으로 협업한 ‘플로팅 포인츠’는 영국 맨체스터 출신으로, 일렉트로닉 프로듀서이자 DJ인 샘 셰퍼드(Sam Shepherd)의 예명이다. 파로아 샌더스는 그의 데뷔 앨범 <Elaenia>(2015)을 우연히 듣고 자신이 젊은 시절에 추구하던 실험적인 음악을 떠올리며 기뻐했다. 당시 75세의 재즈 레전드는 40년의 나이 차이가 나던 플로팅 포인츠를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 사람은 이내 친해져 협업 앨범을 내기로 약속했다. 플로팅 포인츠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찌감치 작곡을 완료한 후 파로아 샌더스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의 여파로 현악기 부분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불러 모아 런던에서 녹음을 마쳤다. 파로아 샌더스의 50년 전 앨범 <Black Unity>(1971)을 참고하여, 단 하나의 트랙에 아홉 무브먼트로 구성된 앨범 <Promises>(2021)가 완성되었다.
아칸소주 리틀록(Little Rock) 출신인 파로아 샌더스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의 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시작했고, 졸업 후 홀로 뉴욕 재즈계로 진출하여 어렵고 배고픈 시절을 보냈다. 그를 처음 발굴한 재즈 피아니스트 선 라(Sun Ra)의 회고록에 따르면, 집도 없었던 그에게 거처할 곳과 옷가지, 그리고 음식까지 챙겨주었을 정도다. 그에게 ‘파로아’란 이름을 지어준 사람도 ‘선 라’였다. 존 콜트레인과 그의 부인 앨리스의 영향을 받아 영적 재즈(Spiritual Jazz)의 영역을 개척하게 되었고, 임펄스(Impulse!)와 음반을 내면서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극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세 번째 앨범 <Karma>(1969)에 수록한 33분 길이의 ‘The Creator Has a Master Plan’은 영적 재즈를 대표하는 명곡이며, 그 외에도 <Thembi>(1971)나 <Black Unity>(1971) 역시 임펄스 시절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프리 재즈의 퇴조와 함께 그의 음악은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였고, 때로 메이저 음반사들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곤 했다.
2000년도에 들어와 영국에서는 샤바카 허칭스(Shabaka Hutchings), 미국에서는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같은 신진 재즈 스타들이 등장하여 젊은 재즈 팬들이 늘어났고, 특히 영적이고 심오한 재즈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 세계 재즈 페스티벌에서 왕년의 레전드 파로아 샌더스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화제의 협업 앨범 <Promises>가 출반되어 그의 음악이 새로운 팬덤을 맞아들이던 시기에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과 친지들이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생을 마쳤다고 한다. 샘 셰퍼드는 트위터를 통하여 그를 ‘아름다운 친구’(Beautiful friend)라 표현하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RIP.
파로아 샌더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