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오스카 수상작 <셰이프 오브 워터>(2017)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여러 차례 제작 일정이 연기된 끝에 지난해 12월 개봉하였지만, 박스오피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두 시간반에 이르는 상영 시간이 지루하다는 불만은 있었지만 평단의 평가는 상당히 좋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촬영상, 작품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2021) 예고편

이 영화의 원작은 작가 윌리엄 린지 그레샴(William Lindsay Gresham)의 1946년에 출간한 동명 소설로, 그의 유일한 성공작이다. 어린 시절 뉴욕 남서부의 놀이공원 코니 아일랜드의 서커스 공연에 매료되었던 그는,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 위생병으로 참전했다가 순회공연단에서 일했던 사람을 만나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그의 소설 <나이트메어 앨리>가 큰 인기를 얻자, 이듬해 할리우드에서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였던 타이론 파워(Tyrone Power)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비록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누아르 영화의 고전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하여 얻은 돈과 명성을 다 잃고 건강까지 악화하자, 1962년 맨해튼의 호텔 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고전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1947) 보기

<미믹>(1997), <헬보이>(2004), <판의 미로>(2006), <크림슨 피크>(2015), <셰이프 오브 워터>(2017)로 이어지는 델 토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대부분 괴수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대신 서커스 유랑극단과 그곳의 기이한 인물들이 판타지의 한 요소로 등장한다. 1947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영화 역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20세기폭스 인근 12,000평가량의 대지 위에 유랑극단 세트를 만들었고, 약 100 명의 극단 공연인들을 임시로 고용하였다. 70여 년 이후 제작된 신작 역시 화려한 유랑극단을 재현하기 위해 그 시기의 대회전 관람차(Ferris wheel), 회전목마 등의 장비를 임차하여 스튜디오에 설치하는 공을 들였다. 20세기 전반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유랑극단 향수를 영화의 주요 요소로 본 것이었다.

1947년 원작 영화와 2021년 리메이크 영화의 장면 비교

유튜브에서 1947년에 개봉된 영화 전편을 감상할 수 있으니 리메이크 영화와 장면 대 장면으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타마라 데버렐(Tamara Deverell)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단 라우스트센(Dan Laustsen) 촬영 감독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것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