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Keepin’ Up With Joneses>(1958)의 표지

재즈 뮤지션 중에는 유독 ‘존스’(Jones)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퀸시 존스, 조 존스처럼 대부분 성만 같을 뿐 친인척 관계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950년대와 1960년대 재즈 전성기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행크 존스(Hank Jones), 테드 존스(Thad Jones) 그리고 엘빈 존스(Elvin Jones) 세 사람은 실제 친형제 관계다. 이들은 각자 다른 악기로 높은 경지에 올라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재즈 명반에 ‘존스’ 형제의 이름을 남겼다. 세 사람이 유일하게 함께한 앨범은 재즈 평론가로 유명한 레오나드 페더가 기획한 <Keepin’ Up With the Joneses>(1958)다. 각자 활동하던 삼형제를 한 자리에 불렀고, ‘존스’라는 기획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이들과 친인척 관계가 아닌 에디 존스를 베이시스트로 초빙하였다.

앨범 <Keepin’ Up With the Joneses>의 ‘Three and One’

 

행크 존스(1918~2010)

행크 존스의 마지막 음반 <Last Recording>(2010)

맏형인 행크 존스는 1930년대부터 무려 70여 년 동안 재즈 무대에서 현역 활동을 한 레전드다. 그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전성기에 피아노 반주를 맡았고, 전설적인 재즈 레이블 사보이(Savoy)의 하우스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마릴린 먼로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생일 축가를 불렀던 1962년 역사적인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가 바로 그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60여 장의 재즈 음반을 발매했고, 캐논볼 애덜레이의 명반 <Somethin’ Else>(1958)에도 이름을 남겼다. 그는 생애 마지막 해인 2010년에도 92세의 나이에 두 장의 앨범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존 F. 케네디의 생일에 노래를 부르는 마릴린 먼로(1962)

 

테드 존스(1923~1986)

블루노트 전성기 시절의 테드 존스 앨범 <The Magnificent Thad Jones>(1958)

행크 존스보다 다섯 살 아래인 테드 존스는 카운트 베이시 악단의 트럼펫 연주자와 작곡가로 명성을 쌓았다. 군대 제대 후 1954년에 입단하여 10여 년 동안 트럼펫 명연주와 수많은 작곡을 남겼고, 독립한 후에는 드러머 멜 루이스(Mel Lewis)와 함께 빅밴드를 결성하여 앨범 <Live in Munich>(1978)로 그래미 재즈앨범상을 수상했다. 1979년에는 홀연 유럽으로 건너가 코펜하겐에 머물며 TV 출연과 연주 활동을 계속 했고, 1985년에 카운트 베이시 사망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돌아와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 활동을 재개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그가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 중 ‘A Child Is Born’는 후일 가사를 붙여 토니 베넷, 헬렌 메릴 등 많은 가수들의 레퍼토리에 오른 명곡이다.

테드 존스 & 멜 루이즈 오케스트라 ‘A Child Is Born’(1969)

 

엘빈 존스(1927~2004)

‘엘빈 존스 재즈 머신’ 시절의 엘빈 존스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엘빈 존스는 존 콜트레인 쿼텟의 드러머로 유명하다. 그는 존 콜트레인의 명반 <My Favorite Things>(1961), <A Love Supreme>(1965), <Ascension>(1966)에 함께 했으나, 콜트레인의 급진적으로 변한 음악 방향성에 공감하지 못해 베이시스트 지미 개러슨과 함께 쿼텟을 떠났다. 그는 블루노트 레이블에 참여하면서 웨인 쇼터의 <Speak No Evil>(1966), 맥코이 타이너의 <The Real McCoy>(1967) 등 많은 블루노트 명반에 이름을 올렸다. 지미 개러슨과 함께 자신의 독자 밴드 ‘The Elvin Jones Jazz Machine’을 결성하여 활동했고, 대학이나 강습 등에서 정기적으로 드럼 강습을 열어 록 드러머에게도 영향을 끼친 명 드러머였다.

영화 <Zachariah>(1971)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악당으로 출연한 엘빈 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