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 후쿠이의 데뷔 앨범 <Scenery>(1976)의 표지

료 후쿠이(福居良)는 일본 삿포로에서 주로 활동하던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생전에 여섯 장의 음반을 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그리 많이 알려진 뮤지션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2016년 초에 67세를 일기로 갑자기 생을 마감하자 그의 팬이 40여 년 전에 출반된 그의 데뷔 앨범 <Scenery>(1976)를 유튜브에 올렸고, 이 음반이 재즈 팬들의 추천 목록에 자주 올라오면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화려한 연주는 아니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에 찬사가 쏟아지며, 재즈 장르 임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는 5년 만에 1,000만을 넘어섰다. 그의 과거 음반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다시 재발매하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났고, 그의 일생을 조명하는 영상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제 그를 대신하여 아내가 운영하게 된 삿포로의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는 재즈 팬들의 명소가 되었다.

료 후쿠이의 데뷔 앨범 <Scenery>(1976)

그는 성인이 되어서야 피아노를 배운 대기만성형 뮤지션이다. 18세에 아코디언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법을 배웠고, 고향 삿포로에서 동경으로 건너간 22세부터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평생 동료인 색소포니스트 히데히코 마츠모토, 일명 슬리피 마츠모토(Sleepy Matsumoto)를 만난 것은 이때였다. 그로부터 6년 만에 데뷔 음반 <Scenery>(1976)을 발매했고, 이듬해 <Mellow Dream>(1977)을 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그는 더는 스튜디오 음반을 내지 않고 국내외 재즈 클럽을 돌아다니며 순회 뮤지션 생활을 계속했다.

료 후쿠이 사망 직후 신곡 ‘Fukai Aijo’를 헌정한 배리 해리스(2016년 3월)

1992년에는 미국 방문 중에는 저명한 재즈 피아니스트 배리 해리스(Barry Harris)를 만나면서 우정을 키웠다. 열아홉 살이나 연장자인 그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재즈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특히 ‘비밥’(Bebop)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그에게 전수하였다. 후쿠이가 갑자기 사망하자, 배리 해리스는 ‘Fukai Aijo’(深い愛情)라는 음악을 만들어 헌정할 정도로 두 사람의 우정은 깊었다.

삿포로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에서 동료들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료 후쿠이

료 후쿠이는 1995년 아내 야수코(Yasuko)와 함께 고향 삿포로에 돌아와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Slowboat)을 열었다. 이곳은 곧 삿포로의 재즈 명소로 발전했으며, 그는 삿포로의 재즈 발전과 뮤지션 양성을 위해 워크숍이나 공개 레슨을 자주 열어 ‘삿포로 문화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된 <A Letter from Slowboat>(2015)를 낸 이듬해 악성 림프종으로 인해 67세의 생을 마감했다.

료 후쿠이의 마지막 음반 <A Letter from Slowboat>(2015)

재즈 뮤지션으로 다소 평범하게 보였던 료 후쿠이의 음악과 일생은 사후에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데뷔 음반 <Scenery>(1976)가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아내가 운영을 맡은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는 재즈 팬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지면서, 그의 서정적인 연주 스타일이 맥코이 타이너나 빌 에반스에 비교되기도 했다. 그의 음반이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어 고가에 거래되었고, 과거에 발표했던 <Ryo Fukui in New York>(1999)와 <A Letter from Slowboat>(2016)가 재발매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그의 음악과 생애를 조명한 영상들이 게재되었고, 그의 전 음반이 올라왔다. 이제 삿포로에 가게 되면, 재즈 클럽 ‘슬로우 보트’를 방문하여 그의 음악과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유튜브 편집 영상 <Who Is Ryo Fukui?>

 

슬로우 보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