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예매 행렬의 주인공
개막작 <캡틴 판타스틱> & 폐막작 <서울역>


개막작 <캡틴 판타스틱>은 로튼토마토 Fresh지수 70%를 웃도는 기대작이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 수상작인 것만 보더라도 소위 ‘돈 아깝지 않을’ 영화다. 배우 출신 감독 맷 로스가 그려낸 한 가족의 유쾌한 성장 스토리. 비고 모르텐슨과 아역 배우들의 반짝이는 연기 앙상블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판타스틱 패밀리’를 완성했다.

폐막작 <서울역>은 현재 예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부산행>의 프리퀄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선명한 메시지가 담긴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답게, 실사영화의 프리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관객에게 매우 인상적인 연결고리를 던진다. ‘국내 최초 좀비 호러 애니메이션’이라는 길고 긴 수식어는 잊어도 좋다. <부산행>을 꼭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부산행>을 봤든 보지 않았든, <서울역>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뛰어난 영화일 테니. 이미 BIFAN 예매 첫날부터 초고속으로 매진된 <서울역>. 안타깝게 놓쳤다면 8월 개봉을 기대해보자.

 

한국 장르영화의 놀라운 가능성,
‘코리안 판타스틱’

결코 평범하지 않은 ‘판타스틱’한 장르들을 다루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BIFAN인 만큼 올해도 상영작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월드 판타스틱 레드’와 ‘금지구역’ 섹션에는 소위 ‘병맛’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줄을 서 장르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이전에 비해 대중성을 얻을 만한 작품도 눈에 띈다. 그중 올해 신설된 ‘코리안 판타스틱’은 장르적 특성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 장르영화가 궁금하지만 지나치게 ‘판타스틱’한 영화는 낯선 관객에게 추천할만한 섹션이다.

 

1. <프란시스의 밀실>

The Cabinet of Francisㅣ2015ㅣ감독 김결ㅣ출연 장인섭, 남연우

김결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프란시스의 밀실>은 ‘2016 메릴랜드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최근 호평을 받았던 <사돈의 팔촌>(2015)에서 로맨스 연기를 보여준 배우 장인섭이 이번 영화에서는 반전의 매력을 뽐낸다. 지환(장인섭)은 다음 소설을 쓰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오랜 친구 한성을 만나고, 정체불명의 노트 한 권을 발견한다. 이후 한성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 지환은 가져온 노트를 참조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서서히 노트에 숨겨진 한성과 지환의 얽힌 과거가 밝혀진다.

 

2. <중독노래방>(가제)

Karaoke Craziesㅣ2015ㅣ감독 김상찬ㅣ출연 이문식, 배소은, 김나미

<복면달호>(2007)의 공동연출자 김상찬 감독이 약 10년 만에 <중독노래방>(가제)으로 돌아왔다. 손님이라곤 없는 중독노래방의 사장 성욱은 손님을 끌기 위해 도우미 하숙과 나주를 고용한다. 어느 날, 동네에 연쇄살인범이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연 외딴 노래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김문식이 주연을 맡아 더욱 반가운 영화다. 위에서 언급한 <사돈의 팔촌>(2015)의 또 다른 주연 배우 배소은이 출연, <프란시스의 밀실> 장인섭과 경쟁작으로 만난다.

 

3. <일어나, 김광석>

Who Killed Kim Kwang-seok?ㅣ2016ㅣ감독 이상호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의 유일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어나, 김광석>은 20년 전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그의 죽음을 둘러 싸고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문에 대해, 사망 당일부터 최근까지 20년간 취재한 영상을 담았다. 현재 대안매체 ‘고발뉴스’의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 작품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발로 뛰었던 기자 이상호가 담아낸 김광석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4. <그랜드파더>

Grand Fatherㅣ2015ㅣ감독 이서ㅣ출연 박근형, 고보결, 정진영

월남 참전용사였던 기광(박근형)은 공장에서 버스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듣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손녀를 만난다. 아들이 자살로 죽은 게 아님을 직감한 기광은 하나뿐인 손녀에게 진실을 밝혀주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우리에게 ‘꽃할배’로 친근해진 배우 박근형이 누아르 액션 영화로 복귀했다. 8월 개봉 예정.

 

이미 검증 완료!
BIFAN에서 만나는 ‘국제영화제 수상작’

300여 편의 상영작 가운데 내 취향에 맞고 작품성도 훌륭한 영화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영화제 수상 이력이 있는 영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외 심사위원의 취향저격에 성공했으니, 기본적인 재미와 작품성은 보장받은 셈이지 않은가. 영화광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 <스위스 아미 맨>

Swiss Army Manㅣ2016ㅣ감독 댄 콴, 다니엘 쉐이너트ㅣ출연 폴 다노, 다니엘 래드클리프ㅣBIFAN 월드 판타스틱 블루

‘MTV 비디오뮤직어워드’에서 최고의 감독상을 받은 뮤직비디오 감독 듀오, 다니엘 쉐이너트와 댄 콴의 장편 데뷔작인 <스위스 아미 맨>. ‘제32회 선댄스영화제(2016)’ 감독상을 받고 부천으로 왔다. 해리포터를 벗어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연기파 배우 폴 다노가 ‘사람 대 시체’로 만나 우정을 나누는 미국 휴먼 코미디다.

 

2. <장강도>

长江图, Crosscurrentㅣ2012ㅣ감독 차오 양ㅣ출연 친하오, 신지뢰ㅣBIFAN 부천 초이스: 장편

<도망>(1997)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 뒤이어 <여정>(2002)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던 양 차오 감독 작품 <장강도>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예술공헌상)을 받으며 믿음직한 이력에 한 줄을 더했다. 영화는 화물선 선장이 미스터리한 여인을 찾아내기 위해 강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3. <바지라오 마스타니>
Bajirao Mastaniㅣ2015ㅣ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ㅣ출연 란비르 싱, 디피카 파두콘ㅣBIFAN 월드 판타스틱 레드

‘제10회 아시아필름어워드(2016)’에서 최우수의상상, 최우수작곡상, 최우수작품상, 최우수편집상 후보에 줄줄이 오르고 최종적으로 최우수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인도영화계 거장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작품이다. 인도 전사 바지라오와 마스타니의 사랑을 다루는 인도 마리타 왕국의 대서사시가 발리우드 특유의 영상미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포스터를 보면 BIFAN의 변화가 보인다.
‘환상세포’가 초대하는 새로운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감각적인 포스터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작년에 열린 제19회 영화제의경우, 영문 명칭을 ‘피판(PIFAN)’에서 ‘비판(BIFAN)’으로 변경하면서 영화제 정체성 유지를 위해 제18회 포스터와 동일한 컨셉의 포스터를 제작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BIFAN은 리브랜딩 앰블럼으로 더욱 독특해진 포스터를 공개했다. 기존의 ‘깨비’에서 ‘환상세포’로 앰블럼이 변화한 것. 환상세포는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분화 중인 세포로, 앞으로의 BIFAN이 더욱 새롭고 상상력 넘치는 영화제로 진화할 것을 예고한다.

제18회 PIFAN포스터(좌), 제19회(중), 제20회 BIFAN포스터(우)



(본문 이미지 및 영화정보=’제20회 BIFAN’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