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에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Silence)>(2016)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17세기 도쿠가와 막부 시절의 일본은, 기독교를 금지하고 교인에 대한 잔혹한 박해를 가하던 시기. 당시 해외 선교활동을 위해 파견된 신부 중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 영화 속 리암 니슨이 연기한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Cristovao Ferreira, 1580~1650)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주세페 키아라(Giuseppe Chiara, 1602~1685)다. 두 사람은 국적은 다르지만 (페레이라 신부는 포르투갈, 키아라 신부는 이탈리아 출신) 일본에서 은밀한 포교 활동 도중 체포되었다가 일본에 귀화하여 여생을 마친다. 특히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행위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었다. 영화 <사일런스>를 로마에 있는 동방학연구소(Pontifical Oriental Institute)와 바티칸시에서 시연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 <사일런스> 예고편

페레이라 신부는 1580년 포루투갈에서 태어나 20세 때인 1600년 해외 선교사의 꿈을 안고 인도를 경유하여 마카오로 건너 간다. 마카오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1608년 드디어 염원하던 신부가 된 그는, 1609년 험지인 일본으로 건너가 1633년까지 토쿠가와 막부의 핍박과 박해 아래서 선교 활동을 하였다. 당시 일본 내 가톨릭 교인은 약 30만 명에 달했으나, 1614년 모든 선교사를 추방하라는 막부의 강경한 2차 포고령이 발령되면서 죽음을 무릅쓴 고된 행로가 시작되었다. 1625년 일본 내 선교사들의 지도자인 프란시스코 파체코(Blessed Francisco Pacheco) 신부가 체포되어 순교한 이후, 그는 일본 내 선교 활동의 대표급이 되었다. 그러다 1633년 마침내 체포되어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5시간 동안 받고 변절하여 막부에 협력하는, 소위 ‘Fallen Angel(타락천사)’의 대표적 인물이 된다.

페레이라 신부와 함께 체포되어 같은 고문을 받은 일본인 줄리앙 나가우라(그림)는 4일 만에 순교했다

페레이라 신부는 배교 후 ‘Sawano Chuan’이라는 불교식 이름을 갖게 되었고, 막부의 강압에 의해 일본 여인과 같이 살았다. (혼인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는 막부의 정책에 협력하면서 1952년 사망할 때까지 나가사키에서 여생을 보냈다. 천문학과 의학 관련 서적을 저술하였고, 일본의 자연법(Natural Law)과 선(Zen)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한편 그의 배교 소식은 유럽 가톨릭 교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는 해외 선교활동에서의 순교를 ‘악마에 대한 교회의 승리’로 받아 들이던 시기였다. 그는 체포 당시 53세로 37년을 종교인으로 살았으며, 그중 20여 년 이상 위험한 일본에서 온갖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은밀히 포교활동을 하던 영웅이었다. 유럽 교계가 그의 배교 소식을 전한 첫 보고를 믿지 않고 여러 차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는 점은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한다. 위험에 처한 수많은 동료와 교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배교를 택했다는 설도 있지만, 무엇이 그를 변심하게 만들었는지는 오랜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예수의 성화를 밟지 못하면 기독교인으로 단정하여 처벌했다

페레이라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포루투갈과 일본 양국에서 자주 제작되었으며, 일본의 유명 작가 엔도 슈사쿠(Endo Shusaku)의 소설 <침묵>(1966)과 동명의 일본 영화(1971)로 전 세계에 많이 알려졌다. <침묵>은 작가에게 다니자키 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동서양 문화의 차이나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를 밀도 있게 다뤄 세계 25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이 "우리 시대 가장 훌륭한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 <사일런스> 또한 엔도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두 실존 인물 간의 관계는 소설에서 각색한 것으로 보이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화는 신의 침묵에 마주한 인간의 고뇌와, 죽음, 삶, 종교관을 생각해 보게 하는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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