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헤이우드 구드(Heywood Gould)는 뉴욕 바텐더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고, 곧 할리우드 관계자의 눈에 띄어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니버설 영화사가 원하는 대로 수정했고, 그다음 디즈니 영화 관계자 의견에 따라 또다시 고쳤다. 당대의 청춘스타 톰 크루즈가 주연 배역에 관심을 보이자 그의 캐릭터에 맞도록 영화는 원래의 어두운 면을 제거하고, 가볍고 밝은 톤의 로맨틱 코미디로 각색되었다. 4년에 걸쳐 수백 회의 각색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칵테일>(Cocktail, 1988)이다. 이 영화는 평단으로부터 최악의 가혹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영화관에서 1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반전에 성공했고, 1980년대 여피(Yuppie, Young Urban Professional)족의 사랑을 받은 컬트 영화로 남았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영화

로튼토마토 승인율 7%, 메타크리틱 100점 만점에 12점이라는 점수가 말해 주듯 평론가들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얄팍하고 통속적이며 빤한 로맨스라는 것이다. 매년 최악의 영화에 시상하는 골든 라즈베리상 2관왕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는 대박을 터뜨리며 제작비 2,000만 달러의 8배에 가까운 1억 7,0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리며 반전을 일으켰다. 톰 크루즈가 같은 해 출연작으로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영화 <레인 맨>과 비교되며, 그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이 되기도 했다. 결국 <칵테일>은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평점이 낮은 영화로 남았다.

영화 <칵테일>의 메인 테마송인 비치 보이즈(The Beach Boys)의 ‘Kokomo’

 

바텐더의 현란한 칵테일 제조

영화에는 원작에 없었던 현란한 칵테일 제조 장면이 바텐더로 분한 톰 크루즈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상당 분량 추가되었다. 로스앤젤레스 TGI 프라이데이에서 일하던 바텐더를 고용하여 배우 톰 크루즈와 브라이언 브라운에게 곡예 같은 기술을 가르쳤고, 20여 년 경력의 바텐더였던 작가 구드는 친구가 운영하는 칵테일 바에 두 배우를 데리고 가서 속성 바텐더로 양성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술병이 깨지기도 했다. 두 스타는 능숙하고 잘생긴 바텐더로 변신하여 ‘Tutti Frutti’나 ‘Addicted to Love’, ‘Hippy Hippy Shake’ 같은 힙한 음악에 맞춰 술병을 흔들고 던지고 주고받으며 칵테일을 제조했다. 이 영화가 나온 후 칵테일 학원이 한동안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영화 <칵테일>의 인기를 견인한 바 등장 장면

 

여피족의 길티 플레저

영화 <칵테일>은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자극한다. 중산층 출신의 패기만만한 주인공 ‘브라이언’은 군대를 갓 제대한 후 빨리 성공을 맛보고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 스쿨을 다니며 학비를 벌기 위해 밤에 바텐더 일을 임시로 시작한다. 때때로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인생 역전을 꿈꾸기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열대지방의 휴양지로 떠나고 싶기도 하다. 영화 주제곡 ‘코코모’(Kokomo)는 당시 대도시의 사무실에 매여 고된 직장 생활을 영위하던 여피(Yuppie)족의 일탈을 상징하는 가상의 해방구를 상징한다. 자메이카(Jamaica)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영화 <칵테일>에 수록한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

 

198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오스카 3회 수상자인 베테랑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가 당초 영화음악을 맡았으나, 중도에 스무 살이나 더 젊은 피터 로빈슨(J. Peter Robinson)으로 교체되어 새로운 레퍼토리를 다시 구성하는 홍역을 치렀다. 결국 비치 보이즈가 부른 오리지널 스코어 ‘Kokomo’는 미국과 호주, 일본에서 톱에 랭크되었고, OST 음반은 미국에서 400만 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수록된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 역시 빌보드 1위에 오르며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스윙잉 블루 진스(Swinging Blue Jeans)의 1959년 히트곡을 조지아 새틀라이츠(Georgia Satellites)가 리바이벌한 ‘Hippy Hippy Shake’, 리틀 리처드의 ‘Tutti Fruitti’, 로버트 파머의 ‘Addicted Love’ 등 당시 뉴욕의 바에서 떼창을 유도하던 록 음악을 영화 속으로 불러들였다.

‘Hippy Hippy Shake’ 음악에 맞춰 현란한 바텐더 기술을 선보이는 장면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리틀 리처드의 ‘Tutti Fruitti’(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