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2020)는 오래전 충격을 안겨주었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처럼 제목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초자연적인 공포 스릴러를 연상케 하지만, 2시간 18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운명이 거미줄처럼 얽히게 되는 스릴러 드라마다. 먼저 불안정한 정신 상태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가 등장하고, 맹신적인 전도사, 그리고 히치하이커를 대상으로 살인을 일삼는 부부가 차례로 나온다. 이들의 어둡고 씁쓸한 불행은 20여 년에 걸쳐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로튼토마토 평가는 66%에 그쳤으나, 명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주연급의 톰 홀랜드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빛났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예고편

 

도널드 레이 폴락의 원작 소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 도널드 레이 폴락(Donald Ray Pollock)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영화에 등장하는 오하이주의 소도시 노컴스티프(Knockemstiff)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생 대부분을 오하이오주의 제지공장 노동자와 트럭 운전을 하며 보냈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단편 <Knockemstiff>(2008)에 이어 장편 소설 <The Devil All the Time>(2011)을 출판했을 때는 나이 50대 후반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둡고 불행하며, 위선과 부패, 그리고 폭력을 안고 살아간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다 ‘남부 고딕’(Southern Gothic)을 살짝 비틀어 ‘오지의 고딕’(Hillbilly Gothic) 소설이라 불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작가의 육성으로 직접 녹음했다.

 

화려한 캐스팅

이 영화에는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와 <배트맨>의 로버트 패틴슨 외에도 새로운 슈퍼히어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것>의 사악한 광대를 연기한 스웨덴 배우 빌 스카스가드(Bill Skarsgard)가 먼저 등장하고, 돌체 앤 가바나의 모델이자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 라일리 코프(Riley Keough)가 호주 배우 제이슨 클라크(Jason Clarke)의 아내로 나온다. 그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로 낯익은 얼굴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더들리’로 나왔던 해리 멜링(Harry Melling)과 호주 배우 미아 와시코브스카(Mia Wasikowska)가 불행한 죽음을 맞는 부부로 나온다. 크리스 에반스의 출연이 스케줄 문제로 불발되면서 보안관 역은 윈터 솔저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세바스찬 스탠(Sebastian Stan)이 맡았다. 이 영화 역시 할리우드에서 영국과 호주 배우의 전성 시대임을 보여주지만, 이들은 미국 남부의 억센 억양을 발음하기 위해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영화의 남부 억양 연기에 대해 설명하는 톰 홀랜드

 

촬영 장소

영화의 배경이 된 노컴스티프(Knockemstiff)는 실제로 오하이오주 남부에 위치한 오지 마을이며,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미드(Meade), 콜드 크릭(Cold Creek) 같은 가공의 마을 이름을 쓴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실제 배경이 된 마을 이름을 그대로 썼다. 하지만 1960년대의 미국 농촌 지역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앨라배마(Alabama)주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노컴스티프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도 덩달아 화제다. 여기에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입소문이 존재하는데, 외도를 뜻하는 ‘Knock them stiff’라는 은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안토니오 캠포스(Antonio Campos) 감독이 설명하는 메이킹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