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장암 진단을 받고 4년간 투병하다가 44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 그는 우리에게 ‘블랙팬서’라는 슈퍼 히어로를 연기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 전에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여 빼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연기한 세 명의 실존 인물 모두 인종 차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인 인물들이었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그 선수, 미국의 대중음악에 깊은 영향을 끼친 소울 가수, 최초의 미국 대법원 판사로 변신한 채드윅 보스만을 아래 영화에서 만나보자.

 

<42>(2013)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

영화 제목의 숫자 ‘42’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구결번으로 남은 번호다. 그는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 입단해, 신인상과 MVP를 차지하여 인종차별이 공공연하던 메이저리그의 벽을 무너뜨린 스타 선수였다. 대학에서 디렉팅을 전공한 후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연출직을 모색하던 보스윅은 두 번이나 재키 로빈슨 역의 오디션에 참가하여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에게 낙점되었고, 재키 로빈슨의 아내는 그를 보고 마치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보스윅의 데뷔작이 된 영화 <42>는 연기에 대한 평가와 흥행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고, 보스윅은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다.

영화 <42>(2013) 예고편

 

<Get On Up>(2014)의 가수 제임스 브라운

영화 <42> 촬영이 끝나자 바로 또 다른 전기 영화 <Get On Up> 촬영이 시작되었고, 보스윅은 ‘소울의 대부’ 또는 ‘미스터 다이너마이트’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소울 가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역에 캐스팅되었다. 보스윅은 열정적으로 준비해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와 댄스 동작을 대역없이 직접 소화했다. 테이트 테일러(Tate Taylor) 감독에 의하면, 그는 제임스 브라운 본인이 된 것 처럼 행동했고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촬영에 임했다며 그의 지독한 연기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로튼토마토의 평가는 80%로 괜찮았으나, 박스오피스 성적은 아쉽게도 제작비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영화 <Get On Up>(2014) 예고편

 

<Marshall>(2017)의 대법관 서굿 마셜

세 번째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는 미국 대법원 첫 흑인 판사였던 서굿 마셜(Thurgood Marshall)이다. 그는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소속 인권 변호사로 일하며 인종차별이 연루된 인권 사건에서 연이어 승소했고, 1967년부터 1991년까지 대법원 판사로 일하며 32건의 인권 사건을 맡아 3건을 제외하고 모두 승소했다. 그의 전기 영화 <Marshall>(2017)은 그의 입지전적인 판례였던 ‘조셉 스펠’ 재판(1940)을 다룬 법정 영화다. 영화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보스윅의 연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로튼토마토 80%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영화 주제곡 ‘Stand Up for Something’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Marshall> 예고편

채드위 보스만 필모그래피의 마지막에 오를 영화 <Ma Rainey’s Black Bottom> 역시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며, 동명의 연극을 영화로 제작하였다. 그는 여기서 1920년대 ‘블루스의 여왕’으로 불린 마 레이니의 밴드 동료 ‘레비’(Levee, 트럼펫 연주자)를 연기하였다. 이 작품은 올해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사후 방영할 예정이다.

1920년대 마 레이니의 블루스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