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2011)로 유명한 미셸 하자나비우스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 장 뤽 고다르>(2017)가 지난 3월 국내에 개봉했다. 장 뤽 고다르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이름이다. 프랑스의 영화잡지 ‘까이에 뒤 씨네마’ 평론가 출신 감독으로,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흐름인 ‘누벨바그’의 핵심 인물이다. 

“영화는 장 뤽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을 받는 장 뤽 고다르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혁명에 가까운 시도를 해왔다는 거고, 그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장 뤽 고다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긴 이야기 대신 직접 그의 작품을 보도록 하자. 영화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기억된 장 뤽 고다르의 초기작을.

감독 장 뤽 고다르(왼쪽)와 배우 안나 카리나(오른쪽), 이미지 출처 – ‘the guardian

 

<네 멋대로 해라>

‘미셸’(장 폴 벨몽도)은 남의 차를 훔쳐서 자기 차인 마냥 구는, 허세 가득한 도둑이다. 미셸은 미국에서 유학 온 ‘패트리샤’(진 세버그)를 우연히 만나고, 자신과 함께하자고 말한다. 패트리샤도 구애하는 미셸에게 점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미셸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쫓기게 되고, 경찰은 미셸을 잡기 위해 패트리샤를 압박한다.

<네 멋대로 해라>(1959)는 장 뤽 고다르의 데뷔작이자, 영화계의 거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동료인 프랑수와 트뤼포가 각본에 참여한 작품으로, 알프레드 히치콕 등의 감독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던 장 뤽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관객과 평단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된다. 장 뤽 고다르의 작품 대부분에서 촬영을 맡은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와 함께 만들어낸 점프 컷, 롱테이크, 핸드헬드 촬영 덕분에, 기존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 탄생했다. 데뷔작을 통해 장 뤽 고다르 뿐만 아니라 두 주연배우인 장 폴 벨몽드, 진 세버그도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네 멋대로 해라> 트레일러

장 뤽 고다르는 영화에 대해 영화로 답하는 감독이다. 영화에 대한 이론을 만들기보다, 직접 연출한 작품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지 증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네 멋대로 해라>는 결국 영화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영화로 답한 작품이다. 주연배우 진 세버그의 전작인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슬픔이여 안녕>(1958)부터 장 폴 벨몽도가 연기한 미셸이 선망한 <카사블랑카>(1942)의 험프리 보가트까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멋대로’ 만든 작품이다. 멋대로 만들기로 마음먹는 건 영화 앞에서나 삶 앞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지금도 장 뤽 고다르가 위대한 감독으로 불리는 게 아닐까.

 

<비브르 사 비>

‘나나’(안나 카리나)는 배우를 꿈꾸며 레코드 샵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꿈과 달리 현실은 차갑다. 나나는 어느새 거리의 여자가 되고 자신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꿈과 점점 멀어져 가는 가운데, 나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브르 사 비>(1962)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2019년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 해였다. 2019년에 국내에서 재개봉했지만, 2019년 1월에는 <비브르 사 비>의 음악감독 미셀 르그랑이, 12월에는 주연배우 안나 카리나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미셀 르그랑은 장 뤽 고다르 작품의 대부분에서 음악을 맡았고, 안나 카리나는 장 뤽 고다르의 페르소나로서 결혼해서 부부로 몇 년 동안 지내기도 했다. 자기 생각대로 산다는 뜻을 가진 <비브르 사 비>의 주역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 속 그들의 흔적은 영원하다.

<비브르 사 비> 트레일러

카페에서 만난 학자가 삶에 대해 많은 말을 하자, 나나는 침묵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하므로, 그 누구도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영화를 통해 본 나나의 삶은 단편적이다. 일부만 보고 타인의 삶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위험하고 동시에 오만한 짓이다. 다들 자신의 삶을 힘겹게 꾸려나가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떠나서 모든 삶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나나의 삶이 말한다.

 

<국외자들>

‘오딜’(안나 카리나), ‘아르튀르’(클로드 브라소), ‘프란츠’(사미 프레이)는 함께 영어학원에 다닌다. 셋은 늘 함께 하며 같이 카페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아르튀르와 프란츠는 오딜이 사는 집의 주인에게 많은 돈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오딜에게 돈을 훔치자고 제안한다.

<국외자들>(1964)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인물들이 춤을 추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를 연상시키고, 돈을 훔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누아르를 연상시킨다.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 음악을 맡았던 미셀 르그랑의 음악은 <국외자들>에 낭만을 더해준다.

<국외자들> 트레일러

<국외자들>에는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달리는 장면이고, 또 하나는 카페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영화의 원제처럼 ‘따로 또 같이’ 오딜, 아르튀르, 프란츠는 박물관을 달리고 춤을 춘다. 이들은 움직이는 내내 빛난다.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사람은 자신의 삶을 위해 움직일 때 빛이 난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도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기에, <국외자들>은 낭만의 영화라고 부를 수 있다.

 

<미치광이 피에로>

‘페르디낭’(장 폴 벨몽도)은 부유한 아내와 살고 있다. 페르디낭은 아내를 따라 파티에 참석했다가 ‘마리안’(안나 카리나)을 만난다. 페르디낭은 마리안과 함께 파티에서 탈출해서 도망간다. 두 사람은 종잡을 수 없는 경험과 함께 모험에 가까운 여정을 시작한다.

앞에 소개한 작품들은 모두 흑백영화이지만 <미치광이 피에로>(1965)는 컬러 영화다. <네 멋대로 해라>의 장 폴 벨몽도와 <비브르 사 비>의 안나 카리나, 두 배우의 매력과 아름다운 색감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테스>(1979)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받은 피에르 구프로이의 미술도 영화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다.

<미치광이 피에로> 트레일러

사실상 분석이 불가능할 만큼 내러티브가 희미한 영화다. <미치광이 피에로> 앞부분에 영화감독 사무엘 퓰러가 등장해서 ‘영화는 전장과 같은 것이다. 사랑, 미움, 액션, 폭력, 그리고 죽음. 요컨대 감정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미치광이 피에로>를 감상하기 위한 힌트이기도 하다. 이성적인 분석 대신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준 덕분에, 지금까지도 <미치광이 피에로>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게 아닐까?

 

Writer

에세이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달리다 보면> 저자. 좋아하는 건 영화, 여행, 음악, 문학, 음식. 특기는 편식. 꾸준한 편식의 결과물을 취향이라고 부르는 중.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