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짜인 안무와 온갖 자기 과시로 가득 찬 요즘 무대에 더는 ‘기타리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재즈 바나 라이브 클럽보다 DJ 페스티벌의 티켓 홍보가 훨씬 흔한 오늘날, 진정한 연주자는 설 무대가 없는 것일까? 다행히 누군가는 끊임없이 살길을 찾아낸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촬영 및 편집, 공유가 가능한 스마트폰 기기와 편집 기술의 대중화 덕분에 요즘은 누구나 쉽게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전 세계적인 무대가 생긴 것이다. 이른바 손바닥 크기의 무대, 인스타그램에서 스타가 된 기타리스트들을 소개한다.

 

Melanie F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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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 그대로 방구석에 앉아 기타를 연주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약 25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 스타이기도 하다. 지미 헨드릭스, 마이클 잭슨, 에릭 게일과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아 R&B와 네오소울 기반의 감각적 연주를 보여준다.

미국 내쉬빌 자택의 방구석에서 2016년부터 영상을 업로드를 해오던 중, 2017년 R&B 싱어 SZA의 리트윗으로 그의 파란 기타는 더 넓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의 습작 연주 및 커버 영상이 SNS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내 <She Shreds> 매거진 커버를 장식하며 명성을 얻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내쉬빌 컨츄리 음악 명예의 전당’ 경연 대회에서 수상하며 신동 자질을 보였던 그는, Fender사의 러브콜을 받아 시리즈 캠페인 영상에 출연하며 꾸준히 인지도를 쌓고 있다.

Melanie Faye가 출연한 <The Player Series> 영상

최근 발매한 그의 싱글 ‘It’s A Moot Point’를 꼭 들어보라. 물론 Faye의 리얼한 연주와 방구석 사운드를 있는 그대로 즐기기 위해선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직접 팔로잉 하길 추천한다.

Melanie Faye 인스타그램

 

Jude Smith

이미지 출처 - Jude Smith 페이스북

앳돼 보이는 얼굴의 이 기타리스트는 외모만큼이나 청량감 넘치는 연주를 한다. 팔로워들에게 꾸준히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는 Jude Smith는 주로 댄서블한 모던팝 곡들을 연주한다. 현존하는 명연주자 조지 벤슨, 존 메이어 등의 영향을 받아 캘리포니아 드라이빙이 연상되는 그루비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보컬, 건반, 비트 메이킹까지 SNS 인플루언서답게 다재다능함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작년에는 존 메이어의 스승으로 익히 알려진 토모 후지타가 그의 곡에 맞춰 콜라보 연주를 하며, 그의 감각에 대한 선배들의 인정을 증명했다. Jude는 “천 마일 먼 곳에서 그와 연결(link up)되다니!”라며 스스로 성덕임을 인증했다.

인스타 스타답게 스마트폰과 악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구와도 함께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뮤지션들에게 즐거운 자극을 준다. 매년 꾸준히 싱글도 발매하며 본인만의 사운드를 구축해가는 그를 팔로우 하라! Jude Smith가 선사하는 흥겨운 리듬에 어느새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자신의 기타에 손이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Jude Smith 인스타그램

 

HA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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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듀오다. 음악을 좋아하고 인스타그램의 바다를 꾸준히 서핑해왔다면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스쳐 들었을지도 모른다. ’아티스트/프로듀싱 듀오’, ‘멀티-연주자’로 스스로 소개하는 팀 HANNIE는, 키보드와 비트메이킹을 담당하는 Hannah Koppenbur와 기타리스트 Annie Wagstaff로 이루어진 듀오다. 팀명은 두 사람의 이름을 조합했다.

주로 신디사이저 베이스와 패드를 활용한 비트 메이킹으로 루프를 만들고, 그 위로 기타 사운드를 쌓아가는 방식의 음악을 들려준다. HANNIE의 음악은 아무래도 일렉트로닉팝 성향이 강하며, 이들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다른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발매한 음악들에서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HANNIE가 177가지 테마로 루프를 만드는 영상

HANNIE의 콘텐츠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들이 영상을 올리는 SNS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이들에게 회자할 만한 기획을 꾸준히 시도한다. 런던 아이에서 템즈강을 내려다보며 잼을 하거나, 베니스 운하 다리 위에 앉아 비트를 만드는 식이다. 강렬한 개성의 두 여성이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들려주는 음악 여정은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로도 감상할 수 있다.

HANNIE 인스타그램

 

자극적인 경연 프로그램과 화려한 댄스가 음악계를 지배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인 연주자들은 시대에 부응해 새로운 디지털 무대에서 다시 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꼭 라이브 클럽이나 페스티벌만이 아닌 그들이 발 닿는 모든 곳이 촬영지이자 무대가 된다.

소셜 미디어의 짧은 콘텐츠를 ‘스낵 콘텐츠’라고 한다. 종일 범람하는 정보와 콘텐츠 홍수 속을 헤엄치다 지쳤을 때 마치 과거에서 걸어나온 듯한 진정한 연주 기반 아티스트들이 서빙하는 ‘스낵’으로 잠시 리프레시 하는 건 어떨까?

 

Writer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디지털로 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