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레이블 버브(Verve)의 노먼 그랜츠는 1952년에 들어 15번째 JATP(Jazz at the Philharmonic) 콘서트를 이전과는 달리 색다르게 구성했다. 1944년에 처음 시작된 JATP 콘서트 시리즈는 당대의 최고 뮤지션들로 구성하여 대표적인 재즈 순회공연으로 자리를 잡았던 차였다. 콘서트의 제목은 <The Drum Battle – Gene Krupa and Buddy Rich at JATP>, 재즈계를 대표하는 걸출한 드러머 두 명의 연주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드러머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쇼맨십으로 영화와 TV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새미 데이비스와 함께 TV에 출연한 진 크루파와 버디 리치(1966)

버디 리치보다 여덟 살이 많은 1909년생 진 크루파는 사상 최초의 스타 드러머라 할 수 있다. 그가 나오기 전에는 드러머는 밴드의 뒤편에서 연주하여 관객들이 잘 볼 수 없었으나, 그는 깔끔한 외모와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밴드의 전면에 나서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스윙 밴드 Thelma Terry and Her Playboys의 유일한 남성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1934년에는 최정상 인기 밴드 베니 굿맨 오케스트라에 고용되어 스타로 올라섰다. 베니 굿맨 오케스트라의 히트곡 ‘Sing Sing Sing’에서 경쾌한 드러밍을 선보이는 그를 볼 수 있다.

영화 <Hollywood Hotel>(1937)에서 ‘Sing Sing Sing’을 연주하는 진 크루파

같은 나이였던 베니 굿맨과 진 크루파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굿맨과 결별한 크루파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고 로이 엘드리지와 함께 자신의 시그너처 송 ‘Drum Boogie’를 히트시켰다. 활달한 성격을 지닌 그는 <Ball of Fire>(1941), <The Best Years of Our Lives>(1946) 등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신진 드러머 버디 리치와 함께 JATP 콘서트를 함께 한 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TV에 듀오로 출연하였고, 두 장의 음반 <Krupa and Rich>(1955), <Burnin’ Beat>(1961)을 냈다.

영화 <Ball of Fire>에서 ‘Drum Boogie’를 연주하는 크루파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의 클럽에 출연하던 진 크루파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1960년대 말에는 연예계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음악학교를 열어 많은 드러머를 배출하였다. 그의 제자 중 가장 유명한 학생이 하드록 밴드 키스(KISS)의 피터 크리스(Peter Criss)다. 1973년 심장마비로 64년의 생을 마감한 그는, 모던 드러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첫번째 드러머가 되었다. 드럼 제조사 Slingerland의 고객이었던 그는, “현대 드럼셋의 시조”(Founding Father of Modern Drumset)로 인정된다.

두 사람의 1952년 JATP 실황은 <The Original Drum Battle!>(1960)으로 출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