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은 SF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많은 작품 속에서 '시간 여행'은 주로 먼 미래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된다. 그들 대다수는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감행, 시행착오를 거쳐 미래의 인류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오늘 소개하는 드라마는 4편의 미국 드라마와 1편의 독일 드라마로 오늘날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장르물 가운데 단연 베스트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12 Monkeys>(2015)

<12 Monkeys>는 2015년 Syfy를 통해 방영, 지난 2018년 네 번째 시즌으로 종영되었다. 1995년 브루스 윌리스, 매들린 매리 스토우, 브래드 피트 등이 출연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며, 드라마에서는 애론 스탠포드와 아만다 슐이 주연을 맡아 각각 제임스 콜과 캐시 라일리 역을 맡았다. 이야기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전멸되다시피 한 2043년, 물리학자 ‘카트리나 존스’를 포함한 과학자들에 의해 ‘제임스 콜’이 시간 여행자로 선택되며 시작된다. 2015년으로 간 제임스는 바이러스학자 ‘캐시’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2년 후 7억 명의 목숨을 앗아갈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비밀 단체 ‘Army of the 12 Monkeys’의 행방을 쫓게 된다.

<12 Monkeys>는 시간여행의 변수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시간 여행의 위험성, 시간여행으로 인한 인과관계 등을 촘촘하게 투영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 <웨스트월드>나 <리전>과 비교했을 때, <12 Monkeys>는 상대적으로 B급 장르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평단 일부는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완성도를 잃지 않은 <12 Monkeys>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4개 시즌에 걸쳐 비로소 완성된 큰 그림은 시청자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Future Man>(2017)

<Future Man>은 지난 2017년 Hulu를 통해 시즌 1이 공개된 SF 코미디 장르물로, 지난 1월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되었다. 게임 속 세계관인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가 앞으로 먼 미래 실제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조쉬’가 미래에서 온 '울프', '타이거'와 함께 시간여행을 감행, 미래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와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Future Man>은 영국 인기 코미디 시리즈 <허슬>과 <미스핏츠> 제작자 하워드 오버맨에 의해 탄생했으며 영화 <헝거게임>의 조쉬 허치슨이 주연을 맡았다.

<Future Man>에서는 조쉬 허치슨뿐만 아니라 엘리자 쿠페, 데렉 윌슨, 할리 조엘 오스먼트 등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 특히 미래에서 온 ‘타이거’와 ‘울프’를 연기한 엘리자 쿠페와 데렉 윌슨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로 꼽힌다. 한편, 이 드라마가 낯설지 않은 건 미국 80년대 인기 드라마 <The Last Starfighter>나 <Quantum Leap> 그리고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직간접적으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텐데 세스 로건을 비롯한 <Future Man>의 제작자들은 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작품 곳곳에서 드러냈다.

 

<Timeless>(2017)

<Timeless>는 2017년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에서 처음 방영된 이래 두 번이나 캔슬되는 불운을 겪었으나 너른 팬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두 번이나 부활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나 전직 군인 출신의 테러리스트 '플린'이 타임머신을 탈취, 자신의 사사로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하려 들자,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미국 정부가 역사학자, 군인, 기술자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플린’을 쫓게 하면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비밀 조직의 음모가 드러나며 시간여행을 떠난 세 사람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Timeless>는 미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현대적 관점에서 본 역사의 민낯을 드러내며 작금을 살아가는 시청자로부터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다. 이를테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역사 수업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Travelers>(2016)

미국 넷플릭스와 캐나다 Showcase 채널이 공동 제작으로 처음 두 시즌을 선보였으나 마지막 시즌은 넷플릭스가 독자적으로 제작, 2018년 시즌 3을 끝으로 종영한 작품이다. 지난 2월 주연 배우 에릭 맥코맥에 의해 공식적으로 종영이 확정되었다. <Traveler(시간여행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가진 시리즈로 꼽힌다.

<Travelers>는 먼 미래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막고자 미래에서 온 '여행자'들이 과거로 와 임무를 수행한다. <Travelers>가 특별한 점은 이들 여행자는 의식만 과거로 오게 되는데 죽기 직전인 인간의 몸을 숙주 삼는 다는 점이다. 주인공 여행자들은 5인이 한 팀이 되어 다가오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졌던 처음과 달리 21세기에 정착한 ‘맥클라렌’과 팀원들은 임무를 수행할수록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문을 품고 시험에 빠지게 된다. <Travelers>는 궁극적으로 인류애와 그 방향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진지함과 가벼움의 적절한 균형은 <Travelers>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Dark>(2018)

넷플릭스의 첫 독일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독일판 <기묘한 이야기>라고도 불리는 <Dark>는 지난 6월 시즌 2를 공개하며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는 등 첫 시즌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Dark>는 독일의 가상 마을 ‘빈덴’을 배경으로 잇따른 아이들의 실종과 그 실종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빈덴에 사는 네 가족을 둘러싼 비밀과 얽히고 설킨 필연적인 연결고리는 눈을 못 떼게 만드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Dark>는 독일의 TV판 오스카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Grimme-Preis에서 2018년 7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드라마에서 시간 여행은 으레 인류를 구원하는 수단이었다면, 독일 드라마 <Dark>는 시간 여행의 본질을 비교적 정교하게 다루고 있다. 보통의 시간 여행 장르물이 아닌 특별한 것을 찾는다면 <Dark>를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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