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가?’일 것이다. 답변은 다양하다. 일상으로부터, 사는 도시 풍경과 사람들로부터, 혹은 책이나 영화로부터. 그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 여행지에서의 경험이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며 여행을 떠난다는 작가들이나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화가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맘때, 여행에서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에는 여행의 설렘과 낭만이 가득하고, 포르투갈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루이 리카르도(Rui Ricardo)의 작품에는 복고풍의 멋이 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일러스트를 감상하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오아물 루의 동화적 감성

오아물 루(Oamul Lu)는 주로 여행지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는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여행에 대한 그림을 SNS에 올려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높아지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고, 이후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며 여러 권의 책을 펴내는 등 작업 영역이 넓어졌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여행 일러스트레이션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그린 여행지는 보는 이들에게 여행의 설렘을 선사하고, 다녀온 여행지라면 그곳을 새롭게 기억하게 만든다.

여행은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그래서 잠시나마 새로운 환경에서 낯섦을 경험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일상의 연장 선상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오아물 루 작가가 여행지의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은 일상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가 다닌 여행지는 순수한 감성이 더해져 동화적 풍경으로 재탄생된다.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여행에 대한 상상을 끌어내는 동화적 분위기에 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꽃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이나 강변에 늘어선 건물들처럼 도시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자연경관이나 해변 풍경처럼 자연을 그린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느껴질 만큼 여유롭고 따스하다. 현재 서울 디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아물 루 인스타그램

 

루이 리카르도의 레트로 감성

포르투갈 북부의 도시, 포르투 출신인 일러스트레이터 루이 리카르도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수많은 잡지와 협업을 했고, 주요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 작업도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주요 작업 중에는 레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여행 포스터들이 있다. 매년 다른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그는 여행지에서 얻은 경험을 되살리고 상상을 가미해 작업한다.

그가 포스터에 담아낸 여행지에서의 한 장면은 1950년대와 1960년대 광고 비주얼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로,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장소들을 담고 있다. 주로 풍경이 많지만, 때론 자신이 겪은 특정 사건을 그리기도 한다. 힘 있는 컬러를 사용하고 대조적인 색채 조합을 시도한 레트로 스타일의 작업은 여행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밤 풍경을 특징적인 건축물로 표현했고, 베트남 할롱 베이의 자연풍경을 단 한 장면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포스터도 있다. 그는 포스터 외에도 여행지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는데 론리 플래닛을 비롯한 다양한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렸고, 자신의 본거지인 포르투에 관한 지도와 여러 제작물에 발랄한 일러스트를 그려 넣기도 했다.

루이 리카르도의 일러스트는 독특한 색채감에 빈티지의 느낌이 더해져 뚜렷한 개성이 드러난다. 예전에 가본 장소라도 새롭게 느껴지고,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해서는 즐거운 환상을 갖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루이 리카르도 홈페이지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