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개봉한 인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할까?’ 라는 논쟁에 불을 지피며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가 된 영화였다. 미국 UCLA 대학에서 친구로 만난 중국계 앨리 웡(Ali Wong)과 한국계 랜들 박(Randall Park)은 함께 연기자를 꿈꾸면서 이 영화를 자신들만의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앨리 웡은 인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했고, 랜들 박은 꾸준히 단편 영화를 제작하며 최근에는 배우로 나섰다. 자신의 TV쇼를 갖게 된 앨리 웡은 2016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의 꿈에 대해서 밝혔고, 넷플릭스가 나서 두 사람의 오랜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로 했다. 이 영화의 제목은 <Always Be My Maybe>, 국내에선 <우리 사이 어쩌면>이란 제목으로 올해 5월의 마지막 날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 예고편

이 영화 제목은 머라이어 캐리의 ‘Always Be My Baby’를 살짝 비틀었다.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죽마고우가 어쩌면 소울메이트일 지도 모른다는 흔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10대의 어렴풋한 사랑 감정을 뒤로 한 채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뉴욕에서 쉐프로 성공한 ‘사샤’(앨리 웡)가 잠시 고향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어린 시절 단짝 ‘마커스’(랜들 박)을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되찾아 간다는 해피엔딩 이야기다. 마지막에 사샤와 마커스의 어린 시절 추억을 이어주는 음식으로 김치찌개가 등장하여 정겨운 고향 맛의 대명사로 등장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소울메이트일 지도 모르는 여섯 가지 징후

두 사람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라 그런지 이 영화에는 많은 아시안계 배우가 등장한다. <24>, <CSI>, <Hawaii 5-0> 같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여 우리에게 낯이 익은 김대현(미국명: Daniel Dae Kim)이 사샤의 약혼자로 등장하고, 마커스의 여친으로 나오는 비비안 방(Vivian Bang) 역시 20년 경력의 한국계 배우다. 마커스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수잔 박(Susan Park) 역시 한국계이고, 마커스의 아버지로 나오는 제임스 사이토(James Saito)는 일본계 배우다. 이란계 감독 나흐나치카 칸(Nahnatchka Khan)은 원래 드라마 작가와 제작자 출신으로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앨리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 팬이었던 키아누 리브스 캐스팅에 성공한 것 역시 화제를 모았고, 렌즈 없는 안경을 쓰고 나온 장면은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앨리스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 <Hard Knock Wife> 예고편

랜들 박은 한국에서 이민간 부모 밑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대학 졸업 후 광고 영상과 단편영화 제작에 주력하다가,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했던 영화 <The Interview>(2014)에 김정은 역할로 등장하며 배우로 나섰다. 이어서 나흐나치카 칸 감독이 제작한 ABC 시트콤 <Fresh Off the Boat>(2015~)으로 연기상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자신을 널리 알렸다. 이어서 슈퍼 히어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2018)과 <아쿠아맨>(2018)에 출연하면서 정상급의 아시안계 배우로 성장했고, 이번에 생애 처음 주연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The Interview>에서 김정은으로 분한 랜들 박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보름이 지난 이 영화에 대한 평은 기대 이상이다. 로튼토마토는 90%의 평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1990년대 말 UCLA 대학의 아시아 커뮤니티에서 주최한 볶음밥 컨테스트에서 처음으로 만나 함께 꿈을 키운 두 배우의 공동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로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